[전문가기고] 한미약품 사건의 법적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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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는 확정된 계약금 8000만달러(USD)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등에 성공할 경우 받게 되는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8억3000만달러를  순차적으로 받음'

한미약품이 지난 9월29일 오후 4시에 낸 호재 공시다. 호재만 믿고 다음날 장 개시가 무섭게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두 번의 된서리를 연거푸 맞게 된다.

첫 번째는 9시29분 '독일 회사와 1억원대 계약해지'라는 느닷없는 악재 공시다. 당시 62만1000원이던 주가는 10월 말 현재 약 41만원, 무려 30퍼센트가 넘게 폭락했다. 그 와중에 두 번째 비보가 날아든다. 투자자들이 열심히 주식을 사들인 그 30분 동안, 누군가는 한미약품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의 공매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약해지는 자율공시사항이어서 개장 후 악재 공시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 공매도도 위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보통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그 차익을 누리고자 행해진다. 그러나 이 날은 전날 호재 공시로 주가 상승이 예상됐음에도 악재 공시 전 단 30분 동안 당일 총 공매도의 48%가 이뤄졌다. 내부자 거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미 금융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고, 검찰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조사 결과 공매도 세력의 내부자 거래 등의 혐의가 밝혀진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또 이와 관련하여 어떤 법적인 쟁점들이 있을까?

우선 자본시장법은 일정한 '내부자들'이 상장법인의 업무와 관련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증권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공정과 신뢰는 생명과 같기 때문이다. 위반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 처벌을 받고 민사상 손해 배상 책임도 지는데, 피해자들은 임직원·주요주주 등 내부자는 물론, 그들로부터 정보를 받은 '제1차 정보수령자'에게도 손해 배상을 물을 수 있다.

다만 판례는, '내부자들과 같은 시기에 반대방향으로 매매한 자'만을 내부자 거래의 피해자로 본다. 일단 이 사건의 내부자들을 9월30일 이날 9시 개장부터 9시29분 사이에 공매도한 세력으로 보면, 같은 시간 한미약품 주식을 매수하고 악재 공시 후 주가하락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청구권자가 된다. 이들은 매수당시 '계약 해지'라는 정보가 공개됐다면 형성됐을 가격을 추정해 이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 간의 차이를 손해로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내부자거래의 배상책임은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대상도 된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대표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구성원들은 따로 제외신고를 하지 않는 한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제도다. 아직까지는 미공개정보이용행위 즉, 내부자거래를 원인으로 한 집단소송이 제기된 적은 없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내부자들을 겨냥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약품은 어떨까? 만일 한미약품의 임·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제3자에게 손해를 가했다면, 한미약품 또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책임이 있다. 내부자거래는 미공개정보가 상장법인의 업무와 관련될 것을 요하고, 판례는 업무관련성을 넓게 해석한다. 한미약품도 손해배상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은 셈이다.

이외에도 두 가지 공시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시세조종을 한 자가 있는지, 부정한 수단을 사용한 거래가 있는지도 세간의 관심이 되고 있다. 이 모두가 자본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피해자 구제라는 관점에서 눈여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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