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또 한번 ‘불통’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미 돌파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결코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야당은 물론 여당 수뇌부와도 사전 협의 없이 전격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국무총리에 노무현 정부 인사였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내정하고 비서실장에 오랫동안 김대중의 사람이었던 한광옥씨를 임명한 것은 일견 야당과의 협치를 염두에 둔 타협적 인사인 듯 보인다. 하지만 경제부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함으로써 경제정책의 주도권은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는 결국 정국 주도권을 결코 놓을 생각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그림만 보자면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입지는 김대중의 사람이었다가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기 당적을 옮겨간 인사들의 처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총리 내정자의 기대가 어떻든 야당을 향해 펼쳐진 방패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질 않은 것이다.

김 총리 내정자는 당초 대통령 면담시 경제정책을 맡겨달라고 했고 대통령도 동의한 것으로 본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지만 경제부총리 인선을 홀로 강행한 대통령의 의지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외교 국방은 대통령이, 경제는 부총리가 맡고 나면 국무총리가 발 한걸음 내디딜 자리가 별로 눈에 띄질 않는다.

그렇다고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취임 후에 호락호락 경제정책의 주도권마저 양보할지도 미지수다. 이를 양보하고서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침몰하는 배에 뛰어든 본인의 존재 의미를 찾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팔 다리 다 묶인 상태에서 현 정부 인맥에서 앞서는 임종룡 부총리 내정자와의 진검승부가 가능할 것 같지도 않지만.

권력구도가 어떻게 흐르든 당장 걱정스러운 일은 정책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 사공이 많아 혼선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그로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는 점이다. 배는 삐거덕거리며 언제 침몰할지 위태로운데 성향도, 경험도 다른 두 사공이 의견일치를 보며 효과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를 다시 끼우지 못한 채 정책의 키를 쥔 이들 사이에 의견차가 속출해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내년 경기전망도 어두운 데다 한국경제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려움마저 일게 만든다.

이미 국내 여론은 현 정권을 식물인간으로 보고 있고 해외 언론들도 같은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치적 위기가 경제적 위기로 이어지기는 너무 쉽다.

게다가 한국의 1, 2위 무역파트너들은 한국 경제의 몰락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중국의 산업발전이 한국 기업들의 시장을 흔들고 있는데다 삼성의 라이벌인 애플의 나라 미국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삼성전자를 대중 연설의 우스갯거리로 삼는다.

몇 십 년 피땀으로 일군 한국기업들의 해외 시장은 지금 분위기로 볼 때 삽시간에 짓밟혀 초토화될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 경제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두 축에만 의지해오다가 그들 두 기업이 위기로 내몰린 상황까지 감안하면 과연 한국경제가 침몰하지 않을 수 있을지 심한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사인(私人)들을 위해 기업들은 수십억씩 출연금을 내야만 했다. 그런 이유로 구조조정의 첫 희생자가 된 한진해운 노동자들이 미르재단 출연금을 적게 낸 괘씸죄로 회사가 희생됐다고 주장해도 반박하는 목소리에 힘이 없어 보인다.

침몰하는 기업에서 단물을 빼먹던 대통령의 사람들을 직접 봐온 국민들의 귀에 노조의 음모론에 반박하는 금융권의 답변이 제대로 들릴 것 같지도 않다. 진실과 사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지면 눈에 보이는 사실도 더 이상 힘 있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혼란으로 불안한 국민들 앞에 두 사공이 다른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앞으로의 여정은 얼마나 더 큰 걱정거리로 다가올지 그저 두려울 뿐이다. 이런 두려운 여정은 빨리 끝낼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