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드라마 대사로 인해 퍼진 유행어의 하나가 기승전결에서 결과는 늘 한결같다는 의미로 ‘기승전 00’이라는 표현이 있다. 필자도 요즘 국내 문제를 얘기하다보면 저절로 얘기의 결말이 최순실게이트로 빠져드는 현상을 유행어에 의탁해 보기로 했다. 경제 문제를 얘기하려 해도, 외교문제를 꺼내 들어봐도 하나같이 정국 얘기로 이어지는 요술 같은 현상을 달리 표현하기도 힘들어서다.

실상 지금 한국의 경제상황은 위태롭게 흘러가는 데 그 경제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할 주체들조차 최순실게이트의 격랑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 있는 형국이라 그 주제를 비껴가기 어렵게 한다. 재벌들은 최순실게이트와의 관련성을 따져보려는 검찰에 불려가고 노동자들은 최순실게이트로 불거진 정국타개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세태 아닌가.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고 기준금리 동결상태는 지속되고 있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야금야금 오르며 은행들은 사상 최대의 순익을 냈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사회 전반이 이미 시스템 운영에 무질서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존립이 국민적 이슈로 한국사회를 강타한 가운데 의미에서부터 혼란을 불러 일으켰던 창조경제는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재벌들의 펀드 출자만 잔뜩 받아 놓은 채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애초 창업 현장, 벤처 현장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계획들이 국내 자산의 운용을 뒤틀어버린 셈이다.

게다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로 인해 국제 경제 시스템도 크게 틀어지고 있는 데 국내 상황이 어수선한 한국은 이런 변화에 얼마나 지혜로운 대응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해 보인다. 한국정부는 한`중미 FTA 타결을 성과로 내세워보지만 내년 1월20일부터 시작될 트럼프 정부는 북미자유협정(NAFTA) 백지화를 시작으로 이제까지의 미국 대외통상정책의 골간을 뒤흔들 계획이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NAFTA 개정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다자협정을 파기하지는 않고 순차적 개정을 유도하면서 국제사회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첫걸음이 결코 만만치 않다.

멕시코와 캐나다가 당장 타격을 입겠지만 멕시코를 통한 대미 우회수출에 기대를 품어왔던 한국의 대미 무역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멕시코와는 선거기간 중에도 이미 갈등을 보였던 트럼프 정부가 어떤 압박 수단이라도 동원할 가능성이 높아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흘러가니 기업들의 중미 진출을 통한 대미 무역 우회로의 확장도 기대했을 정부의 노력이 맺은 FTA라는 결실은 실상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FTA 타결을 본 중미 국가들의 소비능력으로 볼 때 결국 값싼 농산물 수입은 늘겠지만 수출이 기대만큼 이루어질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중미 국가들의 정부 조달시장이 개방된 점은 인프라 건설 등에서 기대를 걸어보게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자국내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서 그 방향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른 결과 예측을 어렵게 한다.

아직은 정부 부문의 실무선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고 일을 해나가지만 대외 관계에서 어수선한 국내 정세가 어떻게 반영될지 미지수다. 국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정부가 대외관계에서 국익을 강력하게 실현해 나가기도 어렵고 또 다급하게 실적을 올려보려 무리수를 두는 일들도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가 흔들릴 위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미 ‘퇴진 가능성 70%’ 운운하는 외신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한반도 위기론을 내세우며 국면전환을 위한 돌파구 찾기에 여념이 없고 외교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도 일단은 국무총리를 참석시킨다는 방침이지만 한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직접 가겠다고 나선 실정이다.

이렇게 정상회담을 하면서 국내에서는 국면전환을 노려볼 테지만 과연 한국의 국익에 보탬이 될지는 아무리 봐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또 어떤 깜짝 발언으로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정국을 더욱 헝클어뜨릴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외교는 외유가 아니다”라는 42명 외교안보전문가들의 성명서 구절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