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금융당국,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공청회' 개최
[서울파이낸스 서지연기자]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실손보험에 본격적인 손질이 가해진다. 앞으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환급해주거나 할인해주는 방안이 도입되고, 실손의료보험의 보장구조를 '기본형'과 '특약'으로 구분해 판매될 전망이다.
보험연구원과 한국보험계리학회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실손보험은 일부 의료쇼핑 소비자의 비용이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보험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을 타간 비율은 23.2%에 그쳤다.
먼저 발표에 나선 한국계리학회장인 최양호 한양대 교수는 실손의료보험을 다른 상품과 분리해 판매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실손보험 단독상품 판매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실손의료보험을 다른 상품과 묶어 파는 관행부터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손해율이 높은 실손의료보험을 손해율이 낮은 다른 특약과 함께 판매하고, 설계사는 판매수당을 많이 받고자 단독형 실손보다는 패키지형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료가 패키지보다 훨씬 저렴함에도 단독형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은 전체 실손의료보험의 3.1%에 불과하다.
단독형 실손의료보험은 월 1만∼3만원 정도의 보험료만 내면 되지만, 암 뇌졸중 등 보장특약이 포함된 패키지형 실손보험은 10만원이 넘는다.
최 교수는 "실손의료보험만 가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원하지 않는 다른 보험까지 함께 가입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며 "단독형은 실손의료비 이외에 다른 보장 부분이 없는 만큼 패키지인 특약형보다 보험료가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는 통상 패키지상품의 총보험료에 관심을 둘 뿐 그중 실손 의료보험료 액수를 파악하지 않는다"며 "특약형 상품은 소비자에게 부담을 줄 뿐 아니라 회사 간 보험료 비교를 통한 건전한 경쟁시장 조성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정성희 연구위원은 보험료 차증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자동차보험처럼 보험금을 많이 받는 사람과 청구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료 차등제도로는 △무사고자·무청구자 보험료 환급제도 도입 △보험금 수령실적에 연계한 보험료 할인제도 등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또한 환급재원 또는 환급기준 마련을 위한 방안에 대해 선행 검토가 필요하다며 독일 등 보험료 환급제도와 같은 해외사례 참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독일과 영국 등에서 보험료 차등제도는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 형평성 제고와 손해방지 촉진 차원에서 적용되고 있다"며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이용 접근성 제한 가능성과 적용 대상에 대해 유의해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급여 관리체계 개선을 위해 진료 표준화와 사용 의무화 추진 및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계약자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보험료 차등제도 도입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급여 의료비 관리체계 구축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