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경제는 어쩌라고
[홍승희 칼럼] 경제는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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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드라마나 영화에선 남의 집에 침입하는 범죄자들이 짖어대는 개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고깃덩어리들을 던져주고 유유히 침입한다. 여러 마리의 개가 있으면 그 효과는 더 커진다. 저희끼리 먹을거리를 두고 다투느라 침입자에게는 관심도 없으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 내용을 보면서 왜 그런 모습이 떠오르는 걸까. 그 이후의 정치권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승부수는 분명 효과를 보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에서는 먹혀들고 있다. 친박계는 그렇다치고 비박계도 일단 대통령의 퇴진의사를 믿는 모양새다. 그런가 하면 야권은 지체없는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와 비박계 표를 더 다지고 가자는 목소리가 뒤엉켜 소란스럽다. 그래서 결국 국회에서의 조기 처리는 일단 물 건너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계산에 정치권이 지리멸렬하게 끌려가다 촛불민심을 정말 꺼트리려는 단계까지 가지 않을까 싶은 우려마저 나온다. 3차 담화의 몇 개 표현들을 보면 함정은 분명한데 그 함정을 피해갈 방법을 놓고 설왕설래한다.

3차 담화 속에 ‘퇴진’이라는 표현도 없고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즉, 해석이 구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정권이양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물러날 수 없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심한 경우 국정혼란을 명분 삼아 또 어떤 카드를 내밀지도 알 수 없다. 이제까지의 행보를 보자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비박계마저 4월 퇴진을 배수진으로 치고 나왔다. 4월 퇴진이면 그동안 헌법재판소 판사들을 선임할 수 있고 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많은 일들을 처리할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

그런데 촛불민심은 하루라도 더는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으니 즉각 퇴진하라는 것이다. 이미 드러난 많은 문제들이 대통령을 더는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국정을 더 농단하도록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적 상황 아니고도 탄핵정국이 길어질 경우 경제적 상황이 더 걱정스러워진다는 점이다. 이미 공무원사회는 정책을 더는 추진도 할 수 없는 마비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최순실 일당이 워낙 광범위하게 여기저기 입김을 쏘인 탓에 공무원들은 자신이 만지는 국정과제들이 최순실과 무관하다는 확신 없이 선뜻 과제들을 진행시킬 수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 한국경제는 내우외환을 겪는 처지에 놓였다. 11월 중 수출이 늘었다고들 하지만 세계경제 상황은 정부가 정신 바짝 차리고 대비해나가야 할 예민한 요인들이 쫙 깔렸다. 퍼펙트스톰(여러 위험요소가 중첩돼 나타나는 상황)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국내적으로는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듯 보이는데 가계부채문제는 점차 서민가계들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오르고 가계부채 부담을 커지니 언제 폭탄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게다가 연내 미국발 금리인상 요인까지 겹치며 금리는 오를 조건이 갖춰졌고 그럴 경우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을 건드릴 위험이 커진다. 이미 가처분소득의 40%가 대출원리금 상환으로 들어가는 가계들이 늘고 있다. 이 부담이 커지면 정치적 요인이 아니어도 민란이 터져서 이상할 게 없게 돼버린다는 게 역사적 교훈 아닌가. 당장 은행들은 부실채권이 늘어날 테고.

대외적으로는 OPEC이 감산을 결정했으니 원유값은 오를 테고 트럼프정부의 등장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지수를 높인다. 원유값 상승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지만 그동안 서비스산업 특히 관광산업 등에 너무 몰두해온 탓에 그림자가 짙어질 위험이 크다.

게다가 무역에서 중국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한국으로서는 사드배치 이후 노골화되고 있는 중국정부의 각종 견제를 이겨낼 힘이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게 아니어도 중국은 민간산업의 기술발전에 점차 자신감을 보이며 중국시장을 겨냥한 외국 고가 상품들에 대한 제약을 늘려가는 추세다.

또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저성장을 새로운 질서로 고착되어 가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각국은 저마다 경기부양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앞 다툰다. 그런데 우리는 손 놓고 있다.

이러니 탄핵정국 마무리를 서둘러야 한다. 빨리 국정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시계를 되돌릴 수는 없으니 참 고민 많은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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