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억울하다?…가산금리 인상 논란 '재점화'
은행은 억울하다?…가산금리 인상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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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실태조사…"리스크 증대 따른 대비책"
'금리 상승-논란' 증폭될 듯…"기준 공개해야"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최근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산금리' 책정 논란에 재차 불이 붙었다. 시중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과 관계없는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금리 인상폭이 커졌다는 지적이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금리 책정 적정성을 점검하고 나섰지만, 은행권은 리스크 대비를 위해서는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리상승 추세가 본격화된 만큼 은행의 가산금리 책정 기준을 공개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은행연합회와 금융연구원, 국제금융센터가 주최한 '美 새정부 출범 이후 은행산업 전망과 리스크 요인 점검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대출금리, 가산금리의 산정은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견해를 '첨언'형식으로 제시했다.

서 위원은 "가산금리 책정은 경제 상황이 안좋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여 미래에 대비하는 역할도 있다"며 "각 은행의 영업전략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은 대출 기준금리의 상승과 가산금리 항목의 일부 인상에 기인한다"며 "최근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와 개인별 대출의 빠른 증가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은행이 금융혼란 상황에서 합리적 사유 없이 가산금리를 급격히 상향조정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같은 날 이들 두 기관이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최근 시중은행들에 쏟아진 '가산금리 꼼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직후에도 가산금리 적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사상 최저의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를 높여 이자수익을 확보했다는 지적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최근 은행권이 가계대출 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논란은 다시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 국채금리와 함께 글로벌 시장 금리가 급등했고, 은행들도 즉각 금리 인상에 나섰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지난달 말 기준)는 지난 9월말 대비 0.4~0.9%p이나 올랐다. 지난 9월까지만해도 흔했던 2%대 대출은 자취를 감쳤다. 같은기간 은행의 5년물 금융채 금리는 1.457%에서 2.116%로 0.659%p 상승했다.

가계대출 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도 은행 금리 책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다고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비상대응반을 꾸려 매주 단위로 금리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가산금리 상승분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 악화에 금융당국 개입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은행권이 논란 방어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이날 서 위원은 "은행이 고시한 특정 상품의 최소금리, 최대금리를 대표 금리로 판단하는 것은 흔히 저지르는 오류"라며 "대출금리는 사전 고시값이 아니라 사후에 실제 취급한 실적을 기초로 한 가중평균 금리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인다고 반드시 이익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은행이 금리를 높일 경우 대출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에 가산금리는 수익과 성장 간의 선택을 위한 은행의 전략변수"라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이 가산금리 상승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저금리에 불어나는 가계대출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가산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논리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이날 "2014년 이후 지속된 금리 하락 추세와 주택시장 활성화 과정에서 가산금리도 저점을 유지해왔다"며 "최근 대외발 금리 상승, 가계부채 대책 등이 맞물리면서 은행 경영활동도 변곡점을 맞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은행권의 이같은 반박에도 가산금리에 대한 '눈총'이 사그라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글로벌 긴축 기조와 함께 은행의 대출금리는 앞으로도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에 여전히 낮은 예금금리 수준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의 대출금리 인상은 경제 회복이나 가계소득 증대와는 상관없이 대외 요인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산금리 책정 기준과 소비자들의 신용등급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대출금리가 금융소비자들의 자산건전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을 금융소비자에게 전적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은행들은 가산금리 책정 기준을 금융소비자들에게 공개하고,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소비자의 신용등급 산정 기준도 알려 신용등급을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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