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워치] 골든블루 vs 페르노리카 "변신이냐 전통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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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위스키 시장의 상반된 승부수, 누가 웃을까?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국내 위스키 시장이 극심한 경기 부진 속에 김영란법 시행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생존을 위해 각기 다른 행보를 걷는 두 위스키회사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침체된 위스키 시장에서 슬럼프 탈출을 위해 업계 최초로 36.5도의 저도 위스키와 무연산으로 대중화를 꾀하기 시작한 '골든블루'와 달리 끝까지 브랜드 경쟁력을 지키자는 '페르노리카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 골든블루 "저도주·무연산으로 트랜드 선도"

▲ (좌) 골든블루 제품이미지와 김동욱 골든블루 대표 (우) (사진 = 골든블루)

8일 위스키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출고량은 지난 2009년 255만8131상자에서 지난해 174만8000상자로 30%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 부진, 위스키 소비층의 고령화 그리고 웰빙 등 건강 지향적 음주문화의 확산과 독주를 기피하는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같은 전반적인 시장 위축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흥강자로 떠오른 골든블루는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골든블루는 지난 2014년 57%, 2015년 46%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1~8월) 역시 간판 브랜드인 '골든블루 사피루스'와 '골든블루 다이아몬드' 판매량이 각각 전년 대비 27.8%, 30% 가량 증가했다.

골든블루의 이 같은 성장세는 '가볍고 부드럽게'라는 주류시장 트렌드 변화에 맞는 제품을 재빨리 내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9년 12년에 출시한 '골든블루 사피루스'(무연산 12년급)는 36.5도짜리 저도주 위스키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던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12년'의 위상을 흔들어 놓았다.

여기에 위스키 숙성연도를 표시하지 않는 무연산 정책을 택함으로써 소비층을 젊은층, 여성들까지 확대해 대중화를 꾀한 것도 주효했다. 12년산, 17년산과 같은 분류가 위스키를 장년층의 술로 가두고 있다는 판단하에 이뤄진 골든블루의 선택이 소비자들의 니즈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김동욱 골든블루 대표는 최근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침체된 위스키 시장의 슬럼프 탈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위스키 음용 문화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제품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음용법을 보급해 저변 확대를 이루는 것이 우선돼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타 위스키업체들도 골든블루를 벤치마킹해 '너도나도' 저도 위스키를 속속 내놓고 있다. 골든블루가 무연산과 저도주를 통해 위스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국내 위스키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도 40도 이상의 저도 스카치 위스키만을 고집했지만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자 최근 '윈저 W아이스'와 '윈저 W레어' 등 35도짜리 무연산 제품을 선보였다. 또 최근에는 '조니워커 레드 테이블' 소용량을 출시하면서 8400원(편의점 가격)짜리 저가 위스키도 내놓았다. 롯데주류 역시 저도 위스키 '블랙조커' 2종을 선보였다. 판매가격은 1만원대로 2~3만원대인 경쟁제품보다 저렴하다.

◆ 페르노리카 "브랜드 자존심 지켜야"

▲ (좌) 페르노리카코리아 제품이미지와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 (우) (사진 = 페르노리카코리아)

반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이러한 시장 상황에도 "100% 정통 스카치 위스키 오리진을 따져야한다"라며 끝까지 '브랜드 자존심'을 지키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역시 젊은층을 공략한 무연산 제품인 '임페리얼 네온'을 출시하고, 여성을 위한 술인 기타주류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을 내놓았지만, 기본적인 경영방침의 초점은 여전히 '전통성'과 '브랜드력'에 맞추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선임된 장 투불 사장은 "'임페리얼', '발렌타인', '앱솔루트' 등 자사의 주력 제품군을 근간으로 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재도약에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밝혔다. 변신보다는 포트폴리오만 달리할 뿐 전통의 '브랜드 파워'로 위스키 시장의 리더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간판제품인 '임페리얼' 판매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체 판매실적이 내리막길을 걷는데도 굴하지 않고 되레 '임페리얼 네온' 가격을 5.8% 인상하면서 타 경쟁업체와 상반된 가격정책을 시도하고 나섰다.

최근 이러한 가격정책에 대해 장 투불 사장은 "회사는 단순히 알코올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와 그 속에 있는 가치를 판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회사의 가치와 가격 간에 큰 괴리가 있다면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는 큰 괴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회사 측도 "스카치 위스키가 가치를 인정받는 배경은 정통성과 진정성에 기반한 가치와 품질을 지키고자 하는 장인정신과 노하우 때문"라며 "오랜 기간 숙성되면서 더욱 순수한 가치를 지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증발되는 원액에 대한 비용까지 기꺼이 지불하고 마실 만큼 희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저도 위스키와 무연산 트랜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오랜 전통을 가진 스카치위스키 중에는 무연산 제품들도 있지만, 연산이 분명한 스카치 위스키들은 그 제품에 사용된 원액의 최소 숙성 기간을 브랜드 명에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라며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가치에 대한 보증의 표시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수가 낮으면 물이 더 첨가된 만큼 마시기 편할 수 있으나 위스키는 원액의 가치에 대한 비용 지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원액 함량 자체가 낮으므로 가격과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침체된 위스키 시장에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골든블루와 페르노리카. 실적으로 표시되는 성패는 조만간 그 우열을 드러내겠지만 숫자 그 이상의 진정한 의미의 승부의 기울기를 확인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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