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국회에서 탄핵안 처리를 앞둔 시점에 원고를 써야 하는 필자는 일단 조심스럽다. 아무리 국민 대중의 요구가 거세어진 상태라지만 국회의원들이 저마다의 입장과 이념에 따라, 혹은 정보를 얻는 창구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카카오톡을 통해서 들어오는 주장들 중에도 탄핵반대 시위에 ‘애국보수단체’들은 300만이 집결해야 한다는, 시류와는 반대되는 것들도 섞여 있어 가만히 있자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다.

오히려 가까운 지인들은 별다른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 그저 토요일 광화문에 갔다 온 소감 한두 마디가 전부이고 그마저도 많지는 않다. 굳이 말을 해야 아느냐는 듯. 물론 정치적 소신이야 어떻든 촛불집회에 나다닐 만큼 열정적이지 못한 나이든 친구들도 만나면 답답하고 열불난다고 토로는 한다.

그런가 하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는 이들도 있다. ‘정치를 소꿉장난하듯 했나’라는 말에 대뜸 소꿉장난만도 못하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소꿉장난 하는 아이들도 자기 생각과 주장은 있기 마련인데 어떻게 대통령이 공식 직책도 없는 비선라인에 다 맡겨버렸느냐며.

물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시중에 떠도는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들도 참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약물중독설은 의사들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알 길이 없고 의사들로서는 환자의 비밀을 함부로 누설할 수도 없으니 결국 확인되기 어려운 소문 가운데 하나겠다. 그러나 프로포폴과 비아그라를 한데 묶으니 약물중독설이 나올 법 하긴 하다. 약물 과다복용시 심장에 무리가 가니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다는 비아그라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그럴싸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왜 약물중독이 됐을까를 놓고 이런저런 추론들도 나온다. 그 중에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한 얘기들까지 다시 들춰지기도 한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여정남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신랑감 후보로 신원조회까지 됐었던 사실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큰 영애로 순진하던 시절의 박근혜 영애가 여정남씨 사형에 큰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는 소문까지 이어진다. 물론 대선후보 시절 박근혜의원은 인혁당 사건 재심결과가 나오고 직접 가족들을 만나 사과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냉담했다는 사실을 연결시키면 그런 소문에 선뜻 동조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문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탄핵여부와 별개로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박근혜 대통령의 행동들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는 국민들의 마지막 애정일 것이다. 육영수여사 피격사망 이전까지 알려진 박근혜는 그저 평범하고 모범적인 젊은이였을 뿐이니까.

국민들은 상식과 상궤에서 벗어난 박근혜 대통령을 대하며 분노하는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상식적으로 이해해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에도 무수히 퍼졌던 각종 소문에도 불구하고 대개는 ‘설마’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소문을 믿지 못하는 사이에 비상식적인 일들이 엄청나게 뿌리를 뻗혀 온 나라를 뒤흔드는 큰 사건으로 커져버렸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우리네 속담을 너무 가벼이 여긴 탓으로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단죄되고 특검에 국회 청문회까지 시끌벅적하다.

국회에서의 대통령 탄핵 사건이야 전례가 있지만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입건된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닌가. 그것도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2백만이 넘는 대규모 시위에 정치권이 떠밀려 가는 탄핵 표결이니 말이다.

물론 국회의 탄핵 결정 여부는 오늘(9일) 나올 것이고 또 그 후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또 몇 달에 걸친 심리 끝에 나와야 온전히 끝나게 되겠지만 이미 국민들은 촛불집회를 시작한 이래 박근혜 대통령을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단계에서 국민들은 또 다른 고민거리를 끌어안고 있다. 탄핵 이후의 정국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다. 현재의 대권주자들에 대해서 기대보다는 불안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탄핵정국에서 대권주자들은 저마다의 정치계산에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들 모두는 어떻든 국민들의 일차적 요구에 답할 필요를 느꼈다고 보지만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답답해하고 불안해하는 게 현실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복잡한 정치공학이 아니다. 다만 ‘상식’을 원할 뿐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런 상식이 통하는 사회와 정치를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