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사람을 잃으면 미래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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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경기가 침체를 못 벗어나면서 가뜩이나 신규 취업이든 재취업이든 힘든데다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요구까지 겹치면서 노동소득으로 먹고사는 대다수의 서민가계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런 틈새로 요즘 해외에서의 구인요청들이 상당히 들어온다는 소식이다. 덕분에 헤드헌터들이 급증, 성업 중이라는 소식도 뒤따른다.

멀쩡한 직장에 있어도 좌불안석하게 만드는 국내 상황이다 보니 해외로부터 어지간한 조건이어도 엉덩이가 들썩일 판인데 업종에 따라서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구인요청을 받기도 한다니 귀가 솔깃할 만하다. 반도체 쪽에서는 9배까지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중국기업들이 열을 내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게 외려 이상할 정도다.

산업통상부에서는 반도체 업종 인력유출에 대해서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나서지만 인력유출이 일어나는 부문이 반도체에 국한된 건 결코 아니라는 데 고민해봐야 할 문제의 핵심이 있다. 항공사들은 조종사 인력 유출로 비상이 걸렸다고 하고 이미 구조조정이 착수된 조선업계는 일찌감치 해외로 옮겨가는 인력들이 빈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정부는 당장 고급인력 유출에 따른 정보유출 위험이나 인력부족 등에만 신경을 쓰지만 그 쪽은 오히려 기업에서 스스로 대책을 세울만한 곳이니 정부가 신경을 덜 써도 그만이다. 오히려 지금 사양산업이라고 정부가 골칫덩이 취급하는 분야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나가다가는 우리의 산업기반 자체를 송두리째 잃게 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하다.

지금 반도체 인력을 중심으로 고급인력들을 급격히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은 이미 국가전략적으로 이 분야 투자를 과감하게 늘려가며 한국의 발꿈치를 확실하게 붙들고 있는 상태이니 다급하기는 하다. 그러나 거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적어도 중국시장 내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쳐가고 있는 중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중국시장을 석권하고 나면 아직은 상대적으로 값싼 인건비를 토대로 곧 세계시장을 향한 전투적 판매전략을 내세우고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충분히 해 볼 수 있다.

이미 전 세계가 중국이 수출을 중단하면 얼마 못 버티고 소동이 날 정도로 생활용품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물량공세를 벌여왔다. 물론 당장은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내부 불만도 잠재우기 위해 값싼 자국산 제품들을 민간에 충분히 공급하며 내수시장 다지기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그 단계에서 숙련된 기술력을 토대로 다음 단계는 다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적어도 한국 기업 가운데 그렇게 치받고 올라오는 중국기업을 감당할 곳이 몇이나 될지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적어도 경제발전 전략에 있어서 중국이 우리보다 적어도 몇 단계 이상은 더 앞을 내다보며 진행해 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없었던 앞서 간 나라의 사례도 저들은 알고 진행할 수 있으니 월등히 유리하지 않겠는가.

조종사들의 이직은 이미 땅콩회항 사건을 보며 수많은 국내 조종사들이 준비해왔을 수도 있다. 밖에 나가면 대접 받는 조종사들마저 질 나쁜 주인이 제집 하인 다루듯 휘두르려 드는 그런 기업 정서에 충성심 따위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기회가 찾아온다면 망설임 없이 옮겨 갈 마음이 절로 들 듯하다.

그런대로 잘 나가는 업종의 인력유출은 그렇다 쳐도 지금 불황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업종이라면 정부가 뒤도 안 돌아보고 구조조정=인력감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과연 그 업종은 영구히 우리 산업지도에서 지워져야 하는가.

우리는 조선업을 사양산업이라며 지금 산업지도에서 지워버린 쓰레기 취급을 하는데 일본은 오히려 새로운 기술력으로 그 산업을 키워가고 있다. 우리의 밀려나는 인력까지 받아가면서.

현 정부는 정치사에서조차 지워버리고 싶어 하는 노무현 정부가 우리에게 꿈꾸게 했던 해양강국의 꿈이어서 인가. 정적의 정책이어도 계승해야 할 것이 있는 법인데 어떻게 이 나라에서 정치하는 이들은 이토록 속이 좁아 터졌을까.

바다도 영토요, 그 영토를 지킬 기술력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이 조선업이다. 그 뿐인가. 수출을 위해서는 해운업 또한 그리 가볍게 버릴 기반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산업의 핵심 요소는 ‘사람’이다. 사람을 가벼이 여기고서야 어찌 ‘대계’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철학 빈곤의 교육, 인문학 황폐화의 사회풍조가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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