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CEO 3人 '재신임'…'지주' 변수에 달렸다
대형증권사 CEO 3人 '재신임'…'지주' 변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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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사진=각사 취합)

유상호 '확실'·김원규 '유력'·강대석 '글쎄'

[서울파이낸스 김희정기자] 오는 3월 나란히 임기 만료를 앞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 CEO(최고 경영자) 3인의 재신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의 연임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경영성과겠지만, 모두 금융지주체제의 본체거나 계열사라는 점도 감안돼야 하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CEO는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 강대석 신한금투 사장이다.

2007년 선임돼 10년 연속 한투증권을 이끈 증권가 최장수 CEO 유상호 사장과 NH투자증권 초대 사장을 맡아 비교적 우수한 실적을 거둔 김원규 사장의 연임은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4연임을 노리는 강대석 신한금투 사장의 거취는 불투명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 '최장수 CEO' 기록 경신할까

먼저 한투증권은 오는 3월 초 이사회에서 유 사장의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고, 같은달 말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를 확정할 방침이다. 일단 금투업계에서는 유 사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한투증권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214억원으로 주춤했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하락세가 뚜렷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유 사장의 재신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이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좋지 않은 업황에도 한국금융지주로부터 1조70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이끌어냄으로써 초대형 투자은행(IB)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한국금융지주가 증권사를 모체로 하는 금융지주라는 점에서 당연하지만, 유 사장에 대한 김 부회장의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투증권 내부에서도 김 사장의 연임이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오는 3월에 주총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며 "유 사장이 강조한 '책임경영'을 재임 내 양호한 성적으로 증명해 냈고, 이런 부분이 김 부회장의 신임을 얻는 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2007년 한투증권 사장에 부임, 대형 증권사 최연소 CEO라는 타이틀을 지닌 유 사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할 경우 자신이 지닌 업계 최장수 CEO기록을 또 다시 경신하게 된다.

◇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농협중앙회·금융지주 '입김'이 변수?

오는 3월 2년 임기가 만료되는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달 말 구성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내달 중순까지 최종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달 말 김 사장의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다.

김 사장의 경영성적표는 우수한 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1~9월) 영업이익 2633억원을 달성해 증권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8% 가량 줄어든 것이지만 다른 대형 증권사들이 20~30% 빠진 것에 비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지난 2014년 합병 첫 해 업계 수익 규모 1위를 달성했던 김 사장은 일단은 재임기간을 통틀어 보더라도 재신임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영성과를 올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방대한 농협조직의 특수성 때문.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농협금융지주가 계열사 수장들은 물론, 농협은행 부행장의 80%를 교체시키는 등 대규모 쇄신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실적만으로는 김 사장의 연임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투자증권 전무 출신인 김 사장이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농협중앙회와 어느 정도 교감을 이루고 있는 지도 미지수다. 인사권은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에게 있지만 계열사 사장단 인사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반영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지주가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NH투자증권의 지분은 46.02%에 불과하기 때문에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다른 계열사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 '3선' 강대석 신한금투 사장의 이례적 '4선' 도전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직을 고사한 강대석 신한금투 사장의 재신임 여부도 주목된다. 19일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낙점됐다. 이에 신한금융지주의 계열사 사장 인선은 조용병 회장 내정자의 의중에 의해 밑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 사장은 지난 2012년 취임 당시 증권업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신한금투 대표직을 맡아 화제가 됐다. 강 사장 전에는 신한은행 출신이 대표를 맡았었다. 이후 강 사장은 신한금투 역사상 첫 3연임에 성공했다. 이는 은행중심의 금융지주체제에서 보기드문 사례로 꼽힌다.

강 사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직을 고사하며 "28년여 동안 증권, 투자자문 등에 근무하며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증권맨으로서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사실상 연임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는 '만족스럽지 못한' 지난해 성적표다.

한투증권, NH투자증권과 달리 신한금투는 지난해 3분기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한투증권(7.1%), NH투자증권(5.7%), 신한금투(4.4%) 등이다. 지난 2015년 3분기 대비 모두 부진하지만 신한금투의 하락 폭(10.7%→4.4%)이 가장 컸다. ROE가 경영성적을 평가하는 절대지표는 아니지만, 임기가 만료되는 빅3 중 가장 저조하다.

더구나 같은 기간 신한금투의 영업이익은 56%나 줄어든 1057억원에 그쳤다. 중대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자기매매 이익과 주식위탁수수료가 다른 증권사보다 뒤처진 탓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더 커진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위기관리가 검증된 대표의 안정적인 조직 관리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강 사장의 강한 연임 의지에도 지주사 수장(회장)의 변화, 실적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신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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