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온라인 쇼핑몰, 김영란법에 설 앞두고 '울고 웃고'
백화점-온라인 쇼핑몰, 김영란법에 설 앞두고 '울고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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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백화점은 국내산 설 선물세트 판매가 부진하자 협력사들의 재고 소진을 위해 예년보다 앞서 할인 판매를 시행했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백화점업계는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반면, 저가상품 판매에 주력했던 온라인 유통업계는 2~3만원대 상품을 중심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설 선물세트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하락했다고 밝혔다. 품목별 하락세를 살펴보면 한우 -13.3%, 굴비 –12.1%, 청과 –11.6% 등으로 국산품 판매 실적이 부진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설 선물세트 본 판매를 시작한 9일부터 20일까지 전년 동기간 대비 5% 역신장했다. 가격대별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5만원 미만 세트는 30% 성장했지만 30만원 이상 고가 상품은 -20%를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의 설 선물세트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3.2%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축산(-0.6%), 수산(-4.2%), 농산(-3.8%) 등의 품목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롯데백화점 만이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롯데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다.

5만원 미만의 상품을 맞추기 위해 수입산 선물세트를 대폭 늘린 것이 성장을 견인했다. 롯데백화점은 수입산 선물 세트 품목을 지난해보다 40%(100여개) 이상 늘렸다. 해당 물량은 총 8만 세트로 전년 대비 5배 확대됐다. 이에 따른 수입 선물세트의 매출 신장률은 40%을 기록했다.

국내산 상품 중에서는 정관장 등 건강식품 판매실적이 44.2% 증가했다. 하지만 다른 백화점들과 마찬가지로 굴비(-15%), 정육(-8%), 청과(-2%) 등의 판매 실적은 부진했다.

백화점들의 실적 하락은 김영란법에서 선물 가격을 5만원 이하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기존 10만원에서 30만원대의 프리미엄 상품을 취급하던 백화점들의 객단가가 줄어들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 선물세트 판매기간 백화점의 식품코너 등은 오히려 매출 신장을 하고 있다"며 "현장 직원들은 방문객의 감소를 느끼지 못하고 예년과 같이 명절 대목에 분주했는데 객단가가 떨어지면서 실적이 다소 부진한 것 같다"고 말했다.

▲ 티몬의 설 선물 인기 상품 순위 비교. 5만원 이상 상품의 경우 노란색으로 표시. (자료=티몬)

반면 김영란법 시행에 맞물려 온라인 쇼핑업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보다 10%p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 트렌드도 바뀌었다.

설 선물세트 인기상품을 비교해본 결과 지난해 저가의 생필품 선물세트가 1~2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고가의 안마의자와 어깨 안마기가 차지했다.

티몬은 김영란법과 무관한 가족이나 친지를 위한 선물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구매력이 높은 40대의 비중이 급증한 것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등의 오프라인 매장을 주로 이용했던 중년층이 모바일 쇼핑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같은 기간 티몬의 설 상품 구매 연련층을 살펴보면 20대 14%, 30대 46%, 40대이상 40%로 나타났다.

위메프의 경우 1만원~2만원대 상품 선호도가 높았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6일까지의 설날 상품 판매량 비중을 살펴본 결과 △5천원 이하 11% △1만원 이하 39% △1만원~2만원대 42% △3만원~4만원대 5% △5만원대 이상 3%를 차지했다.

오픈마켓 G마켓도 이러한 소비트렌드에 맞춰 5만원 이하 상품을 중심으로 설 기획전을 운영하고 있다. 설 선물세트 기획전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5만원 미만 76%, 5만원 이상 43%로 나타났다.

가격대별 판매 비중은 G마켓의 '한수위'의 경우 △3만원 미만 80% △3만원 이상~5만원 미만 13% △5만원 이상 6% 등이었다. 옥션의 '파머스토리'는 △3만원 미만 68% △3만원 이상~5만원 미만 29% △5만원 이상 3%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의 경우 원래 저가 상품을 위주로 설날 선물세트를 판매해왔다"며 "김영란법으로 이해 저가 상품을 떠올린 신규 소비자들의 유입과 객단가가 낮아지면서 명절 선물세트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다양한 품목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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