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퇴직연금 '퇴직금' 답게 사용하자
[전문가기고] 퇴직연금 '퇴직금' 답게 사용하자
  •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부소장
  • cfpkim@hanwha.com
  • 승인 2017.01.2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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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니어만은 "미래손익을 과소평가하고 현재손익은 과대평가하는 심리를 현재편향(Present Bias)"이라고 정의했다. 노후는 먼 미래의 일이고 당장 쓸 돈이 많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중에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노후자금을 중도인출한다. 이는 '현재편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1988년)과 개인연금(1994년), 퇴직연금(2005년)이 도입된 지 10~30년이 지났다. 그러나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실질적 노후소득 보장기능은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제도 시행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도입률은 27%에 불과하다. 근로자수 300인 이상 사업장 도입률은 78.3%지만 전체 도입대상의 47.6%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도입률이 12%에 그쳤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6.6%로 퇴직연금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퇴직연금은 말 그대로 퇴직금을 연금처럼 정기적으로 나눠 받는 것이 합리적임에도 퇴직연금 수급자의 1.5%(3035명)만이 연금으로 수령했다. 나머지 98.5%(20만2261명)는 일시금으로 수령해 수령방법의 양극화도 발생했다.

2012년 7월26일부터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 및 확정기여형(DC) 가입자들이 퇴직금을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수령하도록 근퇴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됐지만 퇴직금을 IRP로 수령해서 바로 해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퇴직금이 노후준비자금으로 쓰이지 못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됨을 방증한다.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연령은 30대가 46.5%로 가장 많았고 40대 33.1%, 50대 13.6%로 조사됐다. 퇴직금을 중간에 인출하는 사유는 주택 구입이 절반 이상이었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분위별 처분가능소득대비 원리금상환비율은 평균 26.6%로 100만원을 벌면 27만원을 빚 갚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 가구(30.2%)가 주택구입 시 진 부채를 상환하는 데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를 보면 50~60대 퇴직일시금의 사용 출처가 대부분 생활자금이나 부채상환, 주거비에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구입이 직장인의 노후준비를 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인 셈이다.

퇴직연금 중도인출 사유 2위는 장기요양으로 본인 또는 가족이 아파서 6개월 이상 요양(질병 또는 부상)이 필요할 경우 퇴직금을 중도인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비 지출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지만 소득은 줄어든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요양급여 외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부분을 해결하려면 퇴직금을 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라이프사이클로 볼 때 60대 이후에는 의료비보장 중심의 은퇴자산을 새롭게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 물론 50대까지는 가장의 책임이 큰 시기인 만큼 생활을 보장받는 것(경제적 사망 보장)이 중요하다.

퇴직금을 중간에 인출하는 또 다른 이유로 대학등록금·결혼비용·장례비 등(10.5%)이 꼽혔다. 특히 IRP 중도인출의 91.4%가 여기에 해당된다.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신혼부부 3명 중 1명꼴로 부모가 결혼비용의 6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자식들의 생각에 부모는 결국 노후준비를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3층 연금의 역사는 10~30년에 불과하다. 직장인의 퇴직연금이 퇴직금답게 사용되지 못한 문제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지출과 거품, 비급여 의료비의 높은 부담, 맹목적인 자녀부양이 퇴직연금 대부분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게 만들었다. 직장인이 퇴직금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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