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기술 등 5개 기타공공기관 공기업 전환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정부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는 내년에 공기업 지위 변경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17 공공기관 지정안'을 의결했다.
최근 정부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같은 기업 부실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공기업 지정은 매년 나오는 이야기였지만, 올해의 경우 정부의 의지가 유독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은 정부의 통제가 비교적 덜한 기타공공기관과 달리 기재부가 직접 예산 편성과 집행, 인사, 정원 등을 결정한다.
하지만 기재부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해당 은행 노조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역력했다. 특히 국책은행들이 공기업 지위에서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해외 경쟁국들이 출자전환 등을 정부 보조금으로 인식해 통상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재부의 관리를 받으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고 업무가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기업은행의 경우 사실상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상황이라 공기업 지정의 명분도 뚜렷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금융권 안팎에서 부정적인 분위기가 역력해지자, 기재부 내부에서도 공기업 지정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공운위에서는 올해 국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려던 계획을 없던 일로 하기로 결론내렸다. 다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는 내년 공운위에서 지위 변경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와 올해 경영실적은 공기업에 준하는 평가 수준으로 다시 진행할 방침이다.
공운위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국회와 감사원 등에서 경영감독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고, 작년 1조8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재정자금 투입에 상응하는 책임성 제고, 경제 여건, 구조조정 관련 영향을 고려해 내년에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국책은행과 함께 공기업 지정 가능성이 거론됐던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한편, 공운위는 이날 그랜드코리아레저(관광공사 자회사), 한국전력기술, 한전KDN, 한전KPS,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5개 기타공공기관을 공기업으로 변경했다. 또 한국재정정보원, 한국저작권보호원 등 13개 기관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새롭게 지정했다. 녹색사업단, 기초전력연구원 등 2개 기관은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운영법상 관리 대상 기관은 지난해보다 11개 늘어난 332개 기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