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시국이 어수선하고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일 때면 어김없이 음모론이 성행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촛불집회로 국민 여론이 큰 물결을 이루는가 싶더니 반대여론이 결집되기 시작한다. 국론은 대소의 차이는 있을망정 완전히 양분되어가는 모양새다.

그런 와중에 양 진영에서 각종 의혹이 거리낌 없이 쏟아져 나오고 그 가운데는 다분히 조작된 의혹도 끼어든다.

게다가 인터넷에 떠도는 만들어진 뉴스, 즉 창작된 글들이 뉴스로 코스프레 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인터넷 문화에 서툰 노년층에서는 그 창작뉴스를 진짜 뉴스인줄 알고 그에 흥분해서 인터뷰 중에 인용하기도 하고 상대 진영에서 만든 터무니없는 루머라고 열을 올리며 비난하기도 한다.

음모론과 창작뉴스는 별개이지만 일면 닮아 보이기도 한다. 창작뉴스가 가벼운 꽁트 수준이라면 음모론 가운데는 단편소설을 넘어 장편소설처럼 규모를 자랑하는 것들도 있다.

물론 현재 음모론이라고 말하는 것들 중에도 훗날 진실로 밝혀질 사실이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덧붙여진 이론들도 존재하고 있다. 당장 믿음을 얻기에는 부족할지라도 그 진지함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음모론에도 다양한 빛깔들이 존재한다. 현실의 틀을 벗어난 상상력이 빚어낸 소설들이 있는가 하면 현실에서 이해되기 힘들고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렵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불가사의한 일들을 다각도에서 꿰어 맞추려는 노력의 결과로 탄생한 이론들도 있다. 정보의 문을 굳건히 잠그고 있는 국가기관, 정부를 상대로 한 의혹의 퍼즐들을 조각조각 모아놓은 음모론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간간히 진실의 편린들이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올 연 초 모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낸 음모론은 어느 쪽에 속할까 궁금해진다. 대통령까지 음모론을 공식 인터뷰에서 들고 나온 상황이 황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를 끄는 대목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 나온 음모론은 그의 현실인식이 매우 혼돈에 빠졌다는 인상을 준다. 자신의 고형화 된 사회인식 틀 안에서는 도저히 촛불민심이 납득되지 않아서 형성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민심은 매우 유동적인 것이고 또 그런 민심이 움직이는 데 일정한 지렛대 역할을 한 조직들도 존재했을 것이지만 그보다는 그의 정부가 만들어낸 크고 작은 사건들이 쌓이고 쌓여 촛불민심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오로지 조직 동원된, 즉 조작된 민심일 것이라고 나름대로 속편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조직 동원으로 맞설 나름의 명분을 얻은 듯하다.

누적 참가인원 천만 명을 넘어서는 규모의 조직 동원을 할 수 있는 조직은 오로지 정부뿐일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그의 사고 속에 들질 않는 듯하다. 실상은 정부도 그만한 인력 동원이 쉽지 않을 터인데 그런 합리적 사고가 정지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동안 드러난 여러 상황들을 보면 그의 국가는 아버지 박정희가 구축했던 정치적 텃밭과 그가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거치는 동안 내내 ‘내 집’이라고 여겼던 청와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5천만 국민, 7천만 민족은 아버지 박정희가 그리 여겼듯 그저 야인으로서 다스리는 대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보위하기 위한 인력 동원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양친 모두 각각의 총격으로 사망한데다 더욱이 아버지 박정희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측근의 손에 죽은 데 따른 트라우마가 결코 작지는 않았을 것이니 심각한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것도 인간적으로는 이해 가능하긴 하다. 그가 대통령만 아니라면.

음모론이 성행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는 아니다. 액면 그대로 믿고 살기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서 음모론은 자라는 것이니까.

너무 많은 비밀을 가지려 하는 정부와 여타 국가조직은 음모론을 키워주는 좋은 토양이다. 요즘은 정부뿐만 아니라 거대한 기업 등 힘이 커진 수많은 조직들로 인해서도 음모론이 적잖은 싹을 틔운다. 그런데 대통령마저 그런 음모론을 생산해내니 참 기가 막힌 사회다. 대한민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