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불확실성 시대'…대형변수 앞두고 숨죽인 금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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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기준금리 동결 유력…3월 FOMC·美 환율보고서 주시
수출·물가 반등에 인하 근거 약화…가계빚에 인상도 발목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6주 만에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택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음달 개최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있는 데다, 미국 신 행정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나 통상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살아있어 섣부른 금리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기만 봐도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지만, 수출이 넉달째 증가하면서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생활 물가도 크게 올라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약화됐다. 지난해 2금융권을 중심으로 급증한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 인하·인상 모두 제약하는 요인이다.

21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의 99%가 2월 금리 동결을 예견했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를 열고 2월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6월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이후 올 1월까지 7개월 연속 동결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부터는 금리 결정 횟수가 연 12회에서 8회로 조정돼, 이번 금통위를 포함해 올해 금리 결정은 단 7차례만 남아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묶고 관망기조를 이어가는 이유는 대외 경제·금융 환경이 살얼음판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고, 수출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도 다음달 환율보고서를 통해 발표된다. 통상 장벽에 따른 수출 타격의 윤곽도 주시되고 있다. 최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다음달 FOMC를 통한 금리 인상 논의의 여지를 남겨둔 점도 한은의 금리 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 사진=서울파이낸스DB

대내적으로도 지난달 경제전망 이후의 지표 결과가 예상 수준에 부합하게 흘러가고 있는 만큼 금리 조정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일단 수출이 이달 1~20일 전년동기대비 27.2% 급증하면서 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이 통화정책의 목표로 삼는 물가도 급등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 올라 한은의 목표 수준에 도달했다.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과 국제유가 반등으로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전년동월대비 1.5% 상승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출이 2월에도 증가흐름을 보이고 있어 경기 측면에서 금리를 인하할 유인은 크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경계감이라든지 환율에 대한 변동성이 상당히 크고, 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를 인하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 상승 추세와 함께 물가가 오르면서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관심도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차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당분간 금통위가 인상 결정으로 돌아서기도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미 크게 불어난 가계빚 부담과 수요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진한 물가 상승 여력 탓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최근의 물가 상승은 금리로 통제할 수 없는 공급 측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기 보다는 오히려 가계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를 억누르는 현상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동결 기조가 유력하지만, 인하 결정을 초래할 변수인 '환율'과 '트럼프발 통상 여건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원화 가치 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 시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출 지형과 함께 올해 성장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홀로 회복을 기대하는 수출마저 어려워지게 되면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근태 위원은 "건설투자와 소비가 둔화되는 가운데 수출까지 부진할 경우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이 있는 만다"며 "지난해 제조업, 주력 업종의 수출 시장이 부진했음에도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선을 유지한 점이 도움이 됐지만, 최근의 원화 절상이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완중 팀장은 "환율 조작국 지정 변수가 부각되면서 환율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한다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 있 수 있다"며 "다만, 한은이 정책적인 여력을 남길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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