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일본도, 한국도 정부가 나서서 소비하라고 부추긴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뜬 OO 프라이데이가 일본과 한국에서도 무슨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한번 잠깐 재미를 보긴 했다. 실적이 부풀려졌다고는 하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를 일시 이완시킨 효과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권할 만한 정책인지도 의심스러운 이런 인위적 소비 진작책을 두 나라가 나란히 들고 나선 꼴은 꽤 우습다. 일본은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24일부터 시작하고 한국은 또 비슷한 구성의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라는 이름으로 이 안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한다. 금요일 근무시간을 2~3시간씩 줄여서 소비에 나서게 한다는 얘긴데 그게 효과가 있을지는 이미 의심하는 소리들이 속속 들려온다.

기업들이 참여해서 상품가격을 대폭 내리면 반짝 소비가 늘며 기업은 재고를 털어내고 소비자들은 예정에 없던 소비를 더 하게 될 거라는 기대인데 이미 기업들은 수시로 할인행사들을 벌이고 있고 새로 이름붙인 OO 프라이데이라는 날에 할인폭이 또 그런 수시 할인 행사가에 비해 크게 더 싼 것도 아니라는 불평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제법 높아지고 있다. 소비가 늘지 않는데도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기업들이 대체 얼마나 그런 할인행사에 참여할지 모르겠다. 정부 눈치를 보느라고 명목상의 참여는 할지 모르지만 더군다나 지금 시국은 정부의 말발이 그리 크게 먹히지도 않을 상황 아닌가.

저축이 늘면서 소비가 부진하면 소비 진작책도 써볼만 하다. 물론 불안감 때문에 저축만 죽어라 하고 소비하지 않는 상태라면 그 효과도 예상보다 못할 테지만 그래도 소비 여력은 있다는 의미이니 시도해볼 수 있겠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우리가 소비여력이 있으면서도 국민들이 소비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가.

일본이야 원래 국민들이 소득 대비 소비가 적은 나라였다지만 한국인은 그런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 한국은 소비는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소비가 부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다른 대책도 없이 소비만 늘리라고 부추기는 것은 가계경제를 아예 몰락시키겠다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경제에서 가계의 비중은 GDP의 60%를 턱걸이 한 수준이라고 한다. 기업 비중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대기업일수록 돈을 쌓아두고만 있다.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국의 기술이 치고 올라오고 일본의 기술은 나름대로 전통을 이어가며 그들의 영역에서 요지부동인 상태에서 한국 산업지형이 갈수록 좁아져 간다는 점이 크게 걸린다. 그렇다고 미국 등의 앞선 기술력과 대규모 자본력을 따라가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이런 우리의 처지에 적합한 경제이론은 아직 없다. 그렇다고 계획경제 시절이나 활황시기처럼 미국 이론을 이것저것 끌어다 대입한다고 해법이 나오지도 않는다. 미국 이론은 강대국 미국의 입장에 맞춰 개발된 것이므로.

한국 경제는 어찌 보면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했다. 그렇게 자원도 없고 자본도 없던 한국이 세계 경제대열에 당당히 어깨를 내밀게 됐다. 그렇기에 그 때는 나름 불균형 성장이론이든 계획경제든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유아기에는 유아에 맞는 옷과 음식이 있고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치면서는 또 그대로의 것들이 필요하다. 이제 한국 경제도 청년기에 들어섰다. 더 이상 덩치는 커지지 않는다. 다만 건강해지느냐 마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의 경제정책은 유아용 딸랑이를 국민들 눈앞에 흔들어대는 수준이다.

흔히 ‘창조도 모방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말들을 한다. 문제는 그 모방이 언제까지 허용될 것이냐다. 기술만 창조가 필요한 게 아니다. 경제이론, 경제정책도 창조성이 요구된다. 지금 한국의 입장에서는. 모방은 그동안 충분히 했으니 이제는 창조적인 이론은 마련해야 한다.

기본 전제부터 잘못된 이상한 정책은 이제 그만 내놔야 한다. “돈도 없고 빚만 있는데 자꾸 쓰라니...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