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비중 높여…경험 부족으로 득보다 실 클 수도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몇년간 호황을 누렸던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고 있다.
주력 사업인 주택사업에서 벗어나 대형 건설사들이 주로 참여했던 공모형 사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물론 부동산 개발업 등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계룡건설은 지난달 27일 LH가 기술제안형 방식으로 공모한 양주 공공임대리츠 7공구를 수주했다. 아파트 10개 동 1520가구를 건설하는 것으로 금호건설 등 대형 건설사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사업비는 2300억원 규모다.
우미건설도 적극적으로 공모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전주효천 공공임대리츠사업(A3블록, 818가구)를 비롯해 부산 만덕5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1블록, 1677가구) 등을 잇달아 따내는 등 작년 공공부문 주택사업에서만 약 6000억원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호반건설 등도 신사업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최근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해양공원인 '퍼시픽랜드'를 인수하며 레저·관광사업에 진출했다. 회사는 퍼시픽랜드 용지에 호텔과 빌라 등 숙박시설과 복합 휴양문화시설을 신축할 계획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요트 투어, 돌고래 공연장, 식당·베이커리 등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온 부영그룹은 대규모 자체 분양사업은 물론 리조트와 테마파크 부지 매입 등 주택임대 이외에 다른 사업으로의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부영은 서울 성수동 뚝섬 일대에 1107규모의 호텔, 중구 소공동 용지에는 850객실 규모의 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서는 49만9575㎡부지에 테마파크를 짓는다.
그룹 공사 중심으로 건설업을 영위해 왔던 신세계건설도 발전업과 주류 도소매업, 그리고 기타 산업용 기계 및 장비 임대업 등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1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 이들 업종을 공식적으로 사업목적에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15년에 공중목욕탕과 고급 사우나업, 스포츠 서비스업 등을 새로운 사업영역에 포함한 바 있다.
서희건설의 경우 편의점 사업 외에도 물류와 철강사업,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기존에 해왔던 수처리사업의 노하우를 접목한 수질 및 유독물 환경관리 대행업과 건설업을 토대로 한 관광단지 조성업을 신사업으로 준비한다. 일성건설도 비슷한 맥락에서 부동산 개발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한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는 것은 중견건설사 주요 수익원이었던 주택시장이 금리인상과 정책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이른바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사업부문에 진출하고 있는 데다 해당 업종에 대한 경험도 부족해 사업 확장에 따른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건설 레저부문의 적자는 2015년 113억2476만원에서 2016년 123억2956만원으로 8.9%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해외수주 물량 급감 등 영업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들도 저마다 사업다각화 등 안정적인 수익원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다만, 신사업에 뛰어드는 곳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에 나서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