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올해부터 예정됐던 미국의 순차적 금리인상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0.25% 올려 0.75~1%로 조정되는 데 그쳤지만 향후 지속될 금리인상 로드맵을 보면 내년까지 3%로 끌어올려질 전망이다.

당장 15일의 금리인상에 이미 예상하고 있던 글로벌 증시는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고 안정적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안에 두차례 더 금리인상을 예정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방침이 계속 실현되어 가면 이런 시장 반응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일단 미국 상황을 보자. 연준 생각은 물가상승률 2%, 실업률 5%가 되면 완전 고용상태로 간주해 금리인상을 안 할 경우 버블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데 이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었고 실업률은 4.7%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당연히 금리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버블을 걱정하는 미국의 입장을 생각하면 트럼프의 자국 중심주의 경제정책은 터무니없는 짓으로 보이기도 한다. FTA 재협상 운운 하는 것이 자국 산업 보호정책으로 유권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정치적 의도이기는 하겠으나 경제 전반을 보면 꼭 미국에 유익한 선택인지도 의심스럽다.

경제를 생각해서라기보다는 외교협상 카드를 다양하게 손에 쥐려는 속셈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전격적으로 서두르는 사드 배치 문제나 주한 미군 주둔비용 분담률 재협상 운운 하는 것 또한 여러 개의 협상 카드를 쥐고 미국 주도권을 확대하려는 방침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어떻든 전 세계가 경기 부진으로 애를 태우는 가운데 미국은 지금 홀로 호황을 누리며 여기저기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나타났던 세계 금융의 물꼬를 단숨에 바꿔가고 있다. 내수부진으로 허덕이는 많은 국가에서조차 이런 금리 흐름을 외면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

물론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기도 한 미국의 호황은 수출위주 경제체제를 가진 국가들로서는 호재일 수도 있다. 다만 향후 금리인상이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떨어지며 신흥국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한국 경제는 그런 흐름에서 어느 쪽에 속하는가. 금융시장이 많이 컸다고는 하나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축에 들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신흥국에 속한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경제규모나 교역규모 모두 세계 10위권에 든다고 우리는 자신하지만 소득 1%만이 그 사회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듯 세계 금융시장을 흔드는 주된 힘은 몇 개 국가에 집중돼 있다. 한국 경제가 많이 컸다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런 1% 그룹에 들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완화 이후 풀린 자금 대부분은 신흥국에 투자됐고 그 자금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 당연히 미국으로 되돌아갈 확률이 높다. 한국에 투자된 미국 자본은 성격상 미국으로 돌아갈 돈의 비중이 그다지 커 보이지는 않는다지만 빠져나갈 돈이 미국 돈만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우리로서는 단단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우리만 그 여파를 피해갈 방법도 마땅히 없다. 국내 금융시장의 선진화 수준이 그다지 높은 편도 아니고 정책 기관들은 자꾸 낡은 프레임에 안주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어서 금융시장의 심각한 동요는 당연히 걱정스럽다.

한국의 내수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신선식품 위주의 물가상승률은 가파르지만 생산기업들은 가격 파괴적인 판매 전략마저 불사하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곳들이 즐비하다.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정부의 낙관적 보고도 있지만 취업 포기자들이 그만큼 느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조짐을 여기저기서 발견하게 된다.

자영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신규 실업자들의 미래도 불안하기 그지없지만 그들은 최소한 실업률 숫자에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직 이후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몇 년 후 자산만 까먹거나 빚더미에 올라앉는 중산층의 지위 하락이 쉽게 일어날 위험성은 크다.

무엇보다 미국 금리인상이 두려운 것은 우리의 막대한 가계부채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한계가계 또한 사회적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도록 밀어붙인다.

그렇다고 막연한 두려움에 떠는 것으로는 어떤 해답도 찾아낼 방법이 없다. 알고 맞는 것과 모르고 맞는 것은 그 강도에서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이미 예정된 금리인상 파도라면 제대로 대비할 시간이 있다. 정부나 기업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가능한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