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롱스탑에 급락…1100원선 하락 가능성 열어둬야"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미국 금리 인상 경계감과 도널드 트럼프 정책 기대 등의 상승 재료를 소진한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10원 이상 급락하면서 1120원까지 내려앉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및 환율 정책 우려가 강화되면서 달러화 매도 수요와 1130원선 지지선이 무너져내렸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원 내린 1129.1원에 개장해 전날보다 10.8원 내린 1120.1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10일(1108.4원·종가기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28일 1210.5원까지 치솟았던 점을 가안하면 석달도 안되는 시계에 90원 가량 급락한 것이다.

그간 달러화 강세 모멘텀으로 작용했던 미 금리 인상 속도와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 관련 우려가 지난주 해소되면서 달러화 약세 압력이 우세해졌다. 투자심리 호조와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의 펀더멘털이 원화 강세에 우세한 가운데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를 앞두고 당국 개입 기대도 약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특히 주말 새 개최된 G20 회의 공동선언문에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을 배격한다'는 문구가 2년 만에 삭제되면서 미국의 통상 및 환율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 출발해 개장과 동시에 1130원 지지선이 무너졌다.

장 초반에는 낙폭을 다소 줄이면서 오전 9시 44분 1130.4원에서 고점을 기록했으나, 곧장 1129원선으로 돌아섰다. 1128원선 지지력도 약화되자, 롱스탑이 쏟아지면서 오전 11시 40분을 전후로 1121원선까지 추가 급락했다, 오후 1시 30분 이후 한 차례 더 레벨을 낮추면서 오후 2시 2분 1120.0원에서 바닥을 찍은 뒤 1120.1원에서 최종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20원선까지 떨어진 것은 10월 20일(저점 1118.9원) 이후 처음이다.

   
▲ 자료=대신증권 HTS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의 '보호무역 배격' 문구 삭제 여파 등으로 달러화 매도 물량이 큰 폭 유입됐다"며 "원화 뿐만 아니라 아시아 통화들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고, 4월 환율보고서 부담도 원화 강세 압력을 더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120원선까지 밀리자 레벨 부담도 커졌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장중 1130원선이 무너지면서 역외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졌고, 재정거래 유인 때문에 통화안정채권을 외국인들이 2585억원 가량 순매수한 점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하단을 지지할 만한 요인이 부재했지만, 1120원선을 찍고 난 이후에는 미세조정 추정 물량이 유입되면서 지지력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일단은 주 초반 낙폭이 커졌고, 당장의 급락 모멘텀도 크지 않아 조정의 가능성이 높지만, 1100원선까지의 하향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다. 전승지 연구원은 "이날 낙폭이 컸던 만큼 레벨 부담도 상존하고 있다"며 "120개월 이평선인 1118.6원, 200주 이평선인 1113.8원, 이후에는 1100원선이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원 연구원도 "1110원선까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1100원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열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