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LG생건, 왕홍 효과 '좋다 말았네'
아모레·LG생건, 왕홍 효과 '좋다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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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애경

[서울파이낸스 김현경기자] 뷰티업계가 '왕홍(網紅)' 기용에 눈치만 보고 있다. 중국의 '준 연예인'으로 불리는 왕홍들을 초청해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쳤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거세지자, 동향을 살피며 적당한 시기를 찾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큰손'으로 주목받는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왕홍 초청행사를 진행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인기를 얻은 왕홍을 기용해 광고 영업을 할 경우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모레의 샴푸 브랜드 '려'의 경우 2015년부터 총 3회에 걸쳐 왕홍을 초대하는 '한방 뷰티 투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마케팅 성과도 좋았다. 지난해 3월 열린 행사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이 중국의 생방송 애플리케이션 '이즐보', '메이파이'를 통해 생중계된 후, 이즐보는 7만7000명의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메이파이 역시 5만명의 시청자와 25만건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방송 이후 5월 노동절 연휴 기간 려의 매출은 약 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0%나 증가했다.

LG생활건강도 같은해 '숨37' 론칭 9주년을 맞아 왕홍 9명을 초청해 '무빙 뷰티쇼 999'를 열었다. 9주년에 맞춰 9월에 9명의 왕홍과 함께 행한다는 의미에서 '무빙 뷰티쇼 999'라는 이름을 붙이고, 행사 전체를 뷰티 라이브 쇼로 생중계했다. 당시 방송은 2억명에 달하는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영상 기반 SNS 채널인 메이파이에서 실시간 방송 1위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LG생건의 더페이스샵 또한 '웨이보' 팬 103만명을 가진 왕홍 5명을 초청, 이들의 한국 내 활동 게시물은 조회수 200만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정치적 이슈가 불거지자 업계는 조용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 회사는 현재까지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관련 마케팅은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 때 유행을 이끌고자 진행했었지만, 지금은 신제품이 많이 나오는 시기가 아니다"며 "사드 이슈로 인한 마케팅 활동의 변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또한 중국 내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왕홍 섭외 마케팅을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을 상대로 마케팅을 전혀 안 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드 배치 문제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올해 왕홍을 관리하는 대행사와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행사 규모가 작아졌다든가 계획이 돼 있던 것을 취소한 사례는 없지만, 왕홍들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왕홍을 상대로 '애경뷰티데이'를 개최하며 쏠쏠한 수입을 올렸던 애경의 경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5월과 11월 두 번에 걸쳐 왕홍을 초청했던 회사는 올해 6월 이후 또 한 번 초청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왕홍 섭외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계획했던 것을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드 이슈가 불거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6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처럼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 두 브랜드에 대한 홍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왕홍이 한국 제품 홍보를 기피하는 현상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왕홍 마케팅이 중국 정부의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한한령(限韓令)의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왕홍들은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홍보를 피하는 실정이다. 왕홍을 관리하는 A 대행사 관계자는 "사드로 인해 한·중 간 갈등이 생기면서 왕홍들은 한국 제품 홍보를 꺼려하고 있다"며 "'한국여행 금지령'으로 비자 발급까지 어려워지면서 국내 초청 홍보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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