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한파 속 '중도금 무이자' 솔깃…알고보면 '상술'?
청약 한파 속 '중도금 무이자' 솔깃…알고보면 '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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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분양되는 단지들이 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혜택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상당수 건설사들이 분양가에 이자 비용 등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최근 개관한 한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사진=서울파이낸스DB)

전문가들 "분양가에 이미 포함돼 실제 혜택 없을 수도"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청약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금리인상 소식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의 추가 상승 여력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중도금 대출 무이자 카드를 꺼내들며 수요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는 분양대금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 이자를 건설사가 계약자 대신 부담하는 방식으로 최근에는 중도금 60%에 대해 전액이 아닌 일부만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도금 무이자가 분양자들에겐 큰 혜택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상은 분양가에 이미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2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14일까지 청약을 실시한 단지는 전국 총 57곳으로 이 중 1순위 마감은 27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순위 청약 마감률이 55%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다소 하락한 수치다. 올해 1순위에서 청약을 마치지 못한 단지는 30곳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은 최근 분양하는 단지들에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내걸고 있다. 중도금 대출에 '무이자' 조건이 붙을 경우 수요자는 대개 상당한 혜택으로 받아들인다. 계약금만 내면 2년 뒤 입주할 때까지 금전 부담이 없고 분양가에 따라 수천만원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단지의 경우 청약 성적도 좋았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분양한 민간 아파트 중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상위 5개 단지인 △부산 연지 꿈에그린(228대1) △해운대롯데캐슬스타(57대1) △평택 고덕파라곤(49대1) △전포유림노르웨이숲(47대1) △속초서희스타힐스더베이(28대1) 등은 모두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혹은 일부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며 수요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도금 무이자가 알고 보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눈속임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라고 홍보하지만 이미 이자를 분양원가에 포함시켰을 수도 있다는 것. 이렇게 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1년 세종시에 아파트 두 개 단지의 분양 모집 공고에서 '계약조건 :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 중도금 전액 무이자 융자'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입주자모집공고에 명시된 분양원가 가운데 일반분양 시설경비 항목에 중도금 이자 금융비용이 포함했다. 이에 입주자들이 분양 건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대우건설의 광고가 허위가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주택 분양의 경우 분양 원가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소비자들이 분양가에 중도금 이자가 포함됐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중도금 무이자 등 혜택에 휘둘리지 말고 주변 시세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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