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기자] 많은 한국인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유엔 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가 세계 155개국의 행복도를 조사한 '세계 행복 보고서 2017'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돌봄과 의사 결정 자유, 관용 등 사회적인 행복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덴마크와 아이슬란드, 스위스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58위로 하락했다가 올해 56위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나 낮은 수준이다. 경제 등 여타 지표에 비하면 심각한 불균형이다.

이유가 뭘까. 유엔은 올해 보고서에서 특히 복지 분배의 불평등이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 각국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을 조사한 결과 불평등이 덜 할수록 사람들이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물론 조사기간 동안 불평등은 대부분의 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심화됐다. 그 중에서도 유독 한국이 경제 규모와 걸맞지 않게 낮은 이유가 뭔지는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느끼고 있다. 다만 모른 체 하고 있을 뿐.

이 조사가 연말에 행해진 것은 아닌 것 같으니 굳이 최순실게이트 때문도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지난해에 새로이 등장한 금수저, 흙수저 표현 속에 감정이 다 담겨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 감정들이 끝내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됐을 수도 있겠다.

그나마 올해는 연초부터 국민들이 그토록 강력하게 요구했던 대통령 탄핵도 이루어졌고 정권교체도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3년간 국민적 속앓이를 해왔던 세월호도 마침내 인양됐다. 이런 일들이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을 높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국민행복지수에는 지도자의 영향력이 포함돼 있고 또 지난해 우리나라 지도자 점수는 바닥 가까이 내려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의 영향은 미칠 수도 있겠다.

실상 대한민국은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경험하며 지나칠 정도로 물질적 욕망만을 키워왔다. 그 덕분에 경제력, 국방력 순위는 10위권에 들었다. 그것도 10위 문턱까지 가까이 가 있다. 아무리 국내 경기가 엉망이 돼 있어도.

그런가 하면 성평등 순위도 지난해 갑자기 10위나 껑충 뛰어올라 11위에 이르렀고 아시아에서는 최고 순위라고 한다. 여자대통령 때문인가 싶어 좀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어떻든 세계 조사보고들은 그렇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을 불쌍하게 여길 뿐 당당해지지 못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좀 나아진 듯도 싶지만 여전히 우리는 약소국이고 어느 대국이 우리를 지켜줘야만 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국방력 세계 11위라지만 스스로 작전권 하나 행사할 뜻도, 스스로 정보를 생산, 관리, 통제할 뜻도 없는 정치 군부 지도자들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여전히 얕잡아 보는 나라를 못 벗어나고 있다. 임무를 지워주기 위해 말로는 띄워줄망정.

사드 배치 문제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한국을 미국 안보를 위한 방어선으로는 여기지만 한반도가 초토화되는 일에는 별 느낌이 없어 보인다. 사드의 그 짧은 사거리를 놓고 보면.

그런가 하면 중국은 그런 미국의 가장 최일선,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만만하게 보고 집중 공격을 가한다. 어차피 한국 지도자들이 자의로만 사드를 배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밖에서 그러면 최소한 안에서라도 그런 우그러진 한국의 위상을 자각하고 최소한의 자주 자강의 노력을 기울일 자존심을 세워야 하련만 한국의 멀쩡한 지도자들 중에도 적잖은 수가 그런 국가적 자존감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한동안 이 사회를 뒤흔든 창조경제에 이어 이번에는 4차 산업혁명을 이슈로 국민들 정신 빼놓기에 나서고 있다. 한때는 반공만이 살길이었고 또 한때는 유신만이 살길이더니 요즘은 또 그렇게 새로운 레퍼토리가 펼쳐지고 있나 싶다.

물론 4차 산업혁명, 그 탄생이 어떻든 내용은 좋다. 정치적 이슈가 되면 알맹이는 없는 껍데기들만 들썩거린다는 게 문제일 뿐. 로봇, 드론, 사물인터넷 등등. 그 모든 것의 핵심기술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그저 새로운 것이기에 너나없이 한마디씩 아는 체를 한다.

마치 처음 PC가 보급될 때 소프트웨어의 존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유행따라 하드웨어만 들여놓고 무용지물 짐 덩어리를 만들었던 적잖은 컴맹 소비자들처럼.

한국은 정치도, 산업도, 교육마저도 여전히 하드웨어만 생각하는 사회다. 균형 있는 인식이 결여된 사회. 그래서 국민들은 잘 살게 됐다는 나라에서 여전히 행복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