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감사인 기본 책무 저버렸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금융당국으로부터 '1년간 업무정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임시회의에서 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감사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의결일로부터 1년간 2017 회계연도에 대한 신규 감사업무를 금지하기로 했다.
증선위는 업무정지 배경에 대해 "안진의 대우조선해양 감사팀 담당 파트너, 부대표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알았음에도 이를 묵인했고, 법인 품질관리실은 감사품질 관리를 형식적으로 수행해 감사팀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처리 위반을 묵인하는 것을 방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6년간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인으로서 장기간 회사의 분식회계 사실을 묵인·방조해 감사인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저버렸다"며 "감사 품질관리 시스템도 적절히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부실감사가 자체적으로 전혀 시정되지 않고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은 향후 1년간 주권상장법인, 외감법에 따른 증선위의 감사인 지정 회사,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 금융기관에 대해 모든 신규감사 업무를 맡지 못한다. 사실상 회계법인으로서의 생명이 끊어진 셈이라는 게 회계업계의 시각이다.
이밖에도 증권신고서 거짓기재에 따른 과징금 16억원, 감사조서를 위조한 뒤 해당 자료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데 따른 과태료 2000만원,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100%, 대우조선해양 감사업무 제한 5년 등의 조치도 함께 받는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소속 공인회계사 4인도 등록취소·직무정지건의, 주권상장·지정회사 감사업무제한, 당해회사 감사업무제한 등의 제재를 받는다.
업무정지 수준과 과징금 조치는 내달 5일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업무정지 기간은 의결일은 4월5일부터 내년 4월4일까지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딜로이트안진의 업무정지로 시장에 혼란이 초래될 것을 예상해 시장안정화 대책도 내놨다.
딜로이트안진이 감사를 진행한지 1~2년차인 회사들은 감사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상태라, 안진 측이 계속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다만 감사인 해임사유인 소속 회계사 등록취소가 발생한 만큼, 감사인 변경을 희망하는 경우 이달 말까지 감사인선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교체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제재로 감사인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 법정기한을 지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감사인 선임기한을 사실상 연장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는 사업연도 개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감사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감사계약 미체결에 따른 법정 지정기준일(6월1일) 전까지는 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감사인 선임에 애로를 겪는 회사에 대해서는 한공회에서 비교적 적합한 감사인을 추천하고, 상담센터를 통해서도 기한 내에 감사인을 선임하지 못한 회사는 정상참작할 예정이다.
감사인 변경으로 감사·검토보고서 작성이 늦어져 제출이 지연될 경우 제출기한 연장을 허용한다. 지연 제출에 따른 행정제재인 과징금, 검찰고발조치를 면제하고, 시장조치인 거래소 시장조치도 최대 1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