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명과 암(下)] 생사기로 선 혁신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명과 암(下)] 생사기로 선 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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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창조경제혁신센터 발 뺄 기회만 엿봐

[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박근혜 정부의 실패한 창조경제정책의 그늘이 창조경제혁신센터사업에 드리우고 있다. 이에 경제혁신참여 대기업들은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선 긋기에 고심 중이다.

애초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기 무섭게 정·재계에서, 청와대가 대기업과 17개 시도를 강제로 짝지어 주는 방식으로 세워졌다는 의혹이 수없이 제기돼 온 데다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과정에서 이 같은 의혹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적폐대상으로 부상했다.

▲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장미대선 이후 생사의 갈림 길에 놓인 처지가 됐다.(사진=미래창조과학부)

실제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관계자들의 말도 대기업과 짝지어진 지역 센터의 성과는 주로 그 지역 센터를 지원하는 대기업의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과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강제로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한 대기업들이 정치권을 예의주시하며 창조경제정책과 거리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창조과학부의 발표에 따르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실적은(2017년 1월 20일 기준) 현재까지 창업 기업수는 1713개, 신규채용인원 2547명, 매출증가 2866억 투자유치 3718억원이다.

중소기업 기술지원은 1388건, 판로지원 676건, 기타지원 398건, 투자유지 777억원, 공통지원으로 멘토링·컨설팅 2만2994건, 시제품 제작 1만6405건, 투자펀드조성액 8079억원, 투자펀드 집행액 2907억원이다.

당초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박근혜 정부의 이벤트성 정책이라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랭하다. 센터가 출범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평가도 줄을 잇기 때문이다.

◆ 싫다고 말 못하는 대기업···정치권 눈치만 '살살'

정치권이 박 전 대통령의 '창조정책' 지우기가 현실화 됨에 따라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참여하는 대기업들이 전전긍긍하며 대권주자들의 말 한마디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5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권후보들은 대기업 주도의 창조혁신센터 운영방식에 난색을 표하며 창조경제혁센센터 구조개혁을 외치고 있는 데다 실제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창업중소기업부’를 신설해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전면 구조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면서 전국 19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들의 이 사업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 대기업들은 박근혜 정부가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여서 창조센터의 지원은 하고 있지만 능동적인 의지는 전무하다.

대기업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을 대기업차원에서 꾸준히 이끌어 나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면서 "차기 정부가 이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대기업들도 사업유지냐 아니냐의 노선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이어 "'창조'라는 단어가 금기어가 된 이상 대기업들이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 조차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 강제 짝짓기에 심기 불편한 대기업···손 뗄 기회만

일각에선 이들 대기업들이 5월 대선 이후 창조경제사업에 손 뗄 기회만 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기부를 했거나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 관계자들은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는 있지만 그 이상의 언급은 없다.

혁신센터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 대한 물음에 모 대기업 임원은 현재 정치상황에서 입장표명은 자칫 비수가 돼 날아 올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로 일관했다. 그는 창조라는 단어가 재계에서 금기어가 된 지 오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혁신센터에서 발을 빼도 싶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면서 "창조경제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 자체가 역풍을 맞을 위험이 있어 대기업들이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혁신센터의 사업이 꽤 진척됐고 일부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대기업의 이탈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스타트업기업들이 떠안는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영업 노하우와 기술력 보조 등의 멘토링을 기대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지원이 중단되기 때문.

관련분야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막무가내로 대기업들에게 지역을 할당해 사업을 추진한 것인데 대기업들도 내키지 않은 사업이고 정권이 바뀌면 사업에 손 떼려는 대기업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이 이 사업에 손을 떼면 당장 대기업의 멘토링을 받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대기업과 연계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만큼은 대기업이 이끌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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