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韓-美금리차 역전돼도 자본유출 가능성 제한적"
한은 "韓-美금리차 역전돼도 자본유출 가능성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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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책·지정학적 리스크 여파 지속…신흥국 금융불안 시 전염 우려"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한-미 금리차 역전으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투자 성격의 채권투자자금이 크게 늘어났고, 외환보유액 등의 대외건전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신 행정부의 정책기조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글로벌 위험요인이 부각될 경우에는 자본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신흥국 금융불안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자본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 4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 측은 "향후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기조 하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외금리차 역전으로 인한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 이후 경험한 세 차례의 대규모 자본유출기를 볼 때 내외금리차보다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의 전이나 국내경제의 취약 요인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997~1999년 1차 유출기에는 아시아 외환위기, 2008~2009년 2차 유출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2015~2016년 3차 유출기에는 중국과 자원수출국의 경제 불안이 외국인투자자금 유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다만, 3차 유출시에는 한-미 장기시장금리가 역전된 바 있다.

▲ 자료=한국은행

한은 측은 그동안 한-미 간 장기시장금리가 강한 동조화를 보여온 만큼 내외금리차가 역전 되더라도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역전되는 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내외금리차의 영향을 받는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의 경우 장기투자 성향의 공공자금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전체 투자자금의 27% 수준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외금리차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간자금보다는 공공자금이 늘고, 잔존만기과 장기화되는 등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 장기투자기관 쪽에서 상당 부분 외국인 채권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단기 변동에 따른 (자본유출) 위험이 크지 않는 상황"이라며 "다만, 개별 투자기관의 정보 유출 우려가 있어 비중을 밝힐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이 크게 개선됐고, 과거 국제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해온 신흥국 경제 취약성이 호전된 것으로 평가되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신흥시장국 취약성 평가에 따르면 평가대상 13개국 중 8개국에서 대외 금융 부문이 올해 들어 개선되고,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도 향상된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도 명목 국내총생산(GDP)댜비 경상수지 비율이 IIF의 '매우양호(3%)'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다만,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주요 선진국 통화정책,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위험 요인이 자본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가계부채 누증도 자본유출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한은 측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자본유출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대규모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글로벌 위험요인들이 현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대외 취약성이 높은 일부 신흥시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에는 그 전염효과로 우리나라에서도 자본유출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위험요인의 전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고, 중기적으로는 국내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해 나감으로써 대외 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높이는 노력도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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