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대다수 국내 언론들이 첫 대선 사전투표에 관심을 집중하던 4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증권관계자들조차 놀라고 있다. 코스피지수 2241.24. 6년 동안 넘지 못했던 최고치 2231.27을 개장 후 5분여 만에 훌쩍 뛰어넘었다.

시가총액도 이미 전날 최고치라던 1천441조원보다 14조원이 늘어난 1천455조원으로 이틀 연속 기록경신을 이뤘다. 그 대부분은 외국인 투자였다. 개미투자자들의 힘은 미약했고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도 크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왜 갑자기 바이코리아에 나선 것인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관련 기업들의 실적 호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뒤숭숭한 분위기로 볼 때 우리로서는 다소 어리둥절하다. 기업실적이 잘 나왔다지만 가계부채, 실업률 등 한국민들로서는 한국경제 전반의 암울한 분위기에 짓눌린 탓에 좋은 전망을 갖기 어려웠나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오너 회장은 장기간 입원한 상태로 후계자인 부회장의 구속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데 삼성전자가 잘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경영승계 과정에서 정경유착, 뇌물수수 등 굵직한 정치경제적 사안들이 터져나오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이 된 국민연금의 처지를 보며 기관투자가들이 지레 주눅이 들었던 것인가.

어쨌든 국내에서는 그만한 움직임이 없었지만 외국인들은 샀고 그것도 시가총액을 대폭 늘릴만큼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무언가 우리와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외국인들의 판단기준으로 시각을 바꿔 보면 그 해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사정들이 국내 투자자나 특히 기관투자가들에게는 부정적 요소였을지 몰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긍정적 변화로 받아들인 건 아닐까.

대통령 탄핵과 불투명해 보였을 한국의 미래, 그 불투명한 전망을 뚫고 대통령선거는 차질없이 치러지고 지난 두 달 간의 대통령 부재로 인한 약간의 손실은 있었을망정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망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건 한국사회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믿을 수 있는 투자처라는 전망을 주기에 충분했을 수 있다.

게다가 지금 북핵 문제를 지렛대 삼아 미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전체에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온탕 냉탕을 번갈아 드나드는 대북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한반도 주변으로 전진 배치된 미국 병력 등 트럼프의 공세적 대응책이 오히려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최소한 한국 투자가 적어도 당분간은 안전하겠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오너 일가가 현재 겪고 있는 일들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결코 나쁘게 작용하지는 않는 성싶다. 유독 삼성전자 주식에 돈이 집중적으로 몰린 현상을 보자면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오너 일가의 세습체제는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기에 불안한 요소였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마치 우리가 지금의 북한 세습체제를 위험하게 바라보듯.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면서도 대통령은 나랏님이고 기업 오너는 주인이라는 전근대적 사고가 은근히 자리잡고 있다. 특히 나이든 세대에게는 당연한 듯 세뇌된 가치이기에 스스로의 모순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도 여의치 않다.

지난번 탄핵국면에서도 평소 꽤 정의를 주장하던 한 지인은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가 망할까봐 걱정하는 걸 봤다. 처음 그 말을 들으면서는 다소 황당함도 느꼈지만 적어도 그는 진정성을 가지고 그런 걱정을 했다는 믿음만은 들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사회의 보수가 정치적으로는 굴종의 역사를 이끌어온 친일반역세력을 그 바탕에 두고 결집, 성장해왔고 그래서 쉽게 부패하는 속성을 지녔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개개인 보수 중 상당수는 그저 사회적 변화가 두려운 소시민일 뿐임을 그런 주변인들로부터 확인하게 된다.

문제는 그런 소시민들에게 무책임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자기 정치세력화하려는 집단들이 우리 사회를 끝 간 데 없는 갈등으로 몰아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의 눈을 흐리게 하는 데 너무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는 더 이상 우리가 성장할 수 없지 않은가. 그들이 애호하는 글로벌화도 멀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