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강성 재벌개혁 인물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위 조사국 부활을 예고하며 재벌개혁 칼을 꺼내들 때만 해도 '재벌 죽이기', '재벌 때리기'라고 아우성치던 재계가 김상조 교수 공정위원장 내정 소식에 잔뜩 몸을 움츠리는 모양새다.

사실 조사국 부활의 의미는 상위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과거 공정위 조사국은 현대·삼성·대우·LG·SK 등 상위 5대 그룹의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면서 '재벌 저승사자'로 불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또 다른 재계 저승사자를 공정위 수장으로 내정했으니 재계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재벌기업은 역대 보수 정권과 궤를 함께한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며 너나 할 것 없이 경제발전에 몸을 바쳤던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특정 기업에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이들 기업은 박정희 정권 비호 아래 기업 몸집을 불리며 국내 경제력을 잠식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권은 경제성장과 경제안정을 위해 먼저 재벌기업에 손을 내밀었고 재벌기업은 수천억대 뇌물을 상납하며 또다시 국내 경제권 잠식해 나갔다. 심지어 군사정권과 혼맥을 맺으며 밀월관계로 발전시켰고 결국 국내 경제를 장악했다.

그러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던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자 공정위 조사국을 신설했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기업에 방만 경영과 경제력 집중 견제, 지배구조를 개선 등을 바로잡는 데 힘을 모았고 이때 공정위 조사국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재벌기업은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구했고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공정위 조사국은 해체됐다.

그로부터 11년 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또다시 정경유착 폐습이 드러났고 재벌기업에 대한 개혁 여론이 들끓으며 지배구조 개선 등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금이야말로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는 적기라고 주장한다. 현재 시점이 공정위 최고 전성기 때와 같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교수는 서울 공정거래조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고 강한 의지를 보여 조사국 부활은 기정사실로 됐다. 다만, 재계 일각에선 학자 출신인 김 교수가 무조건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기존 규제를 잘 활용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이룰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어찌 됐든 강력한 두 재벌 저승사자가 공정위 강림을 앞두고 있다. 조만간 재벌개혁 드라이브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적폐청산은 해야겠지만 재벌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로 일관하기보다는 경제활성화라는 명제 아래 현명한 정책을 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