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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보험부채 시가평가…금리 확정형 상품 '골머리'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을 확정 발표했다. 보험업계는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안도하면서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 기준이 미치는 재무적 영향이 상당하고 남은 시간(약 3년 7개월)이 촉박해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공표된 IFRS17 기준서의 핵심은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고객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책임준비금)를 2021년부터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보험부채를 현재 시점의 가치(시가)가 아닌 과거 보험을 판매했을 시점의 원가로 평가하는 미국식 재무제표를 사용해 왔다.

이같이 시가평가를 적용하게 되면 금리확정형 상품의 경우 보험부채 규모가 달라진다. 현행 방식에서는 해당 상품이 주기로 한 금리로 향후 고객에 줄 보험금을 할인해 부채를 계산하지만 IFRS17에서는 현행 시장금리로 할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정이율이 10%인 상품으로 내년에 보험금 110원을 돌려줘야 한다면 현행 방식에서는 시장금리와 상관없이 보험사의 보험부채는 보험금 110원을 10% 할인한 100원이 된다. 하지만 IFRS17에서는 현재 시장금리가 5%라면 보험부채는 105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내 보험사는 과거 고금리로 금리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기에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보험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생명보험회사의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43%이고, 이중 금리가 5% 이상의 상품 비중이 31%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부채가 IFRS17의 적용으로 22조∼33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지만 2021년 실제 금리가 한국은행 추정보다 더 떨어지면 부채규모는 이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

보험부채가 더 늘어나면 그만큼 준비금도 더 쌓아야 하는 데다가 지급여력비율(RBC)도 떨어진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요구자본(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손실예상액) 대비 가용자본(손실을 보전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비율로 계산된다.

가용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가치로 산출하는데 IFRS17에서 가용자본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재무건전성이 악화한다.

보험사는 이에 따라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 발행 등으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3위인 교보생명은 해외에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발표가 예상과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자본 확충이 급한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라면서 "특히 일부 생보사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수익을 인식하는 기준이 달라져 앞으로 보험사들은 신규계약을 많이 체결하는 것보단 기존 계약 유지를, 저축성보험 보다는 보장성보험 판매를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모두 수익으로 잡혔다. 수입보험료가 곧 매출로 인식됐다는 의미다.

IFRS17에서는 보험료 중에서 해약환급금과 같이 위험보장과 관련 없는 금액(투자요소)을 제외한 나머지만 수익으로 인식하게 했다.

수익에서 제외되는 투자요소로는 만기보험금, 해약환급금 등이 있다. 예컨대 저축성 보험상품의 경우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의 상당 부분은 만기 때 이자를 더해 보험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고객이 다쳤을 경우, 즉 위험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해보험(보장성 보험)과 상품구조가 다르다.

또 기존에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받은 시점에 보험료 전부를 수익으로 반영했다면 IFRS17에서는 향후 예상되는 수익을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에 거쳐 나눠서 인식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가 새로운 계약을 많이 체결해 수입보험료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보험사가 외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았다. 저축보험, 연금보험 등과 같은 저축성 보험인 일반 고객에게 재테크 상품으로 알려져 보장성 보험보다는 쉽게 팔렸다.

IFRS17에서는 저축성 보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투자요소는 매출로 간주되지 않기에 이런 상품을 많이 파는 보험사는 매출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당장 올 12월부터 IFRS17 기준에 맞춰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유도하고 보험업 건전성 감독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 규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요건을 완화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도 줄여 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