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재건축·재개발 시공권 수주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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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경쟁에 '제살깎기' 우려도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주요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건설사들도 수주전에 팔을 걷어 붙였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삼성물산이 다시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는 70여 곳으로 시장 규모는 2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77곳, 24조원보다 각각 9%, 16% 줄어든 것이다. 특히, 올해 2분기부터 서울 강남권과 마포·은평구 등 규모가 크고 입지도 좋은 정비사업 단지들이 적지 않아 건설사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15일 열린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모두 16개 업체가 참석했다.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현장 설명회에 등장한 건 2015년 말 서초구 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 1년 6개월여 만이다.

조합 측은 다음 달 30일 입찰을 마감하고 8월19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키로 했다. 조합은 사업추진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바꿨다. 도급제는 조합이 사업주체가 되고 시공사는 공사비를 받고 시공만 하는 방식으로, 개발이익과 미분양 리스크를 조합원이 떠안는 구조다. 반대로 지분제는 조합원에게 일정 이익을 주고 나머지 개발 이익과 미분양 책임은 시공사가 진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지인 서초구 방배14구역은 지나 18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결과 롯데건설과 호반건설이 참여했다. 총 예상 공사비 1155억원 규모로 지난 3월 열린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등 11곳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서울지역 재개발 중 대어급으로 꼽히는 은평구 대조1구역은 6월말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총 공사금액 4625억원으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 중이다. 이 밖에 서울 마포구 공덕1구역도 오는 7월 입찰을 계획 중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공을 들이는 것은 대규모 택지 개발 중단으로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어려워서다. 또 해외 건설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는 대우건설이 1조8883억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포스코건설 7497억원 △롯데건설 5422억원 △현대건설 4276억원 △GS건설 3926억원 △한화건설 3183억원 △SK건설 1763억원 △현대산업개발 1617억원 △현대엔지니어링 846억원 등의 순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건설사 간 과도한 경쟁이 자칫 '제살깎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이 기존 사업자와 갈등으로 계약 해지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고비용사업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방배5구역의 경우 강남권 대규모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지라 건설사들에겐 매력적이긴 하지만 최근 사업자 해지를 당한 프리미엄사업단(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과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최근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자로 선정된 대우건설의 경우 철거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인 포스코건설과 충돌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18일 새벽 5시께 과천 주공1단지 4~6블록 재건축사업 공사현장에 진입했으며 포스코건설은 자사 사업장에 무단 침입했다며 대우건설을 형사고소하고, 조합을 상대로도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 무게를 두면서 수주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무리한 조건을 내놓을 경우 자칫 소송에 휘말려 막대한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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