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채권단, 박삼구 측 '여신회수 카드' 꺼내나
금호타이어 채권단, 박삼구 측 '여신회수 카드' 꺼내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조 채권만기 연장 논의…상표권 놓고 '기로'

[서울파이낸스 정초원 기자]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상대로 '채권 만기 연장' 카드를 꺼내든다. 금호타이어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표권 사용 문제를 협상하기 위해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오후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타이어의 채권 만기를 9월 말로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채권 2조2000억원 가운데 1조3000억원이 내달 말 만기 도래할 예정이라, 회사의 기업인수합병(M&A) 추진 상황과 채권만기 연장을 두고 실무자 차원에서 회의하는 자리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하는 KDB산업은행은 채권 만기 연장 카드를 활용해 박 회장 측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5년간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채권단은 중국 더블스타와 9550억원에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 매각이 완전히 성사되려면 박삼구 회장 측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박 회장 측은 더블스타의 상표권 사용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상표권 사용은 채무 만기 연장, 정부 인허가와 함께 금호타이어 매각 종결을 위한 선결요건이다.

업계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문제를 무기로 금호타이어 인수 기회를 잡으려는 복안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박 회장은 KDB산업은행 측에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채권단의 불허로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바 있다.

KDB산업은행이 더블스타와의 협상을 종결하기로 한 9월23일까지 상표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실상 이번 매각은 수포로 돌아간다. 채권단은 상표권 문제로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이 무산되면 금호타이어의 채권 만기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 측이 상표권 문제를 무기로 활용하자 채권단도 새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주주협의회 논의에 따라 오는 9월까지 채권 만기를 연장해 주더라도, 9월 이후 추가 연장이 보장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채권을 일시에 상환할 능력이 없는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금호타이어의 현금성자산은 작년 말 기준 1640억원이며, 부채비율은 2014년 말 262.34%, 2015년 말 314.02%, 지난해 말 321.85%로 높아지고 있다. 실적도 악화일로다. 지난 1분기 금호타이어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6693억원으로, 2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더욱이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이 담보로 잡은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KDB산업은행 쪽으로 넘어간다는 문제도 있다. 금호홀딩스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재추진하려다가 자칫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오늘 채권 만기 연장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진 않을 것"이라며 "회의를 통해 금호타이어 M&A 상황, 채권 만기 시점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면, 추후 서면으로 안건을 다시 올려 채권금융기관의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