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현장] CJ제일제당의 서양외식 HMR '고메' 인천 공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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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외식 수준의 프리미엄급 메뉴 그대로 재현"
고기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 살린 차별 R&D 전략

[서울파이낸스 김소윤 기자] "기존에도 이미 스테이크 제품은 많았지만 육즙이 손실되거나 고기 식감이 퍽퍽해지는 등 맛과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소비자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는 제조과정에서 원재료(고기)가 1차로 고온 처리가 되고, 소비자가 조리하면서 또다시 제품을 가열하기 때문에 육즙이나 품질을 그대로 보존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 양태민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신선식품센터 수석연구원 부장 (사진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신선식품센터의 양태민 수석연구원 부장은 지난 26일 CJ제일제당의 고메 함박스테이크 인천공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새로운 변화 없이는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할 수 없다고 판단, 즉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기존의 제조공정을 과감히 포기했다고 밝혔다.

양 부장은 "국내 소비자들의 잦은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서구식 메인디시에 대한 니즈들이 존재했으나, 막상 소비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제품은 드물었고, 집에서 직접 하면 많은 조리시간과 식재료 비용 등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라며 "이러한 니즈와 불만 요소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고메 함박스테이크를 기획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이를 위해 지난 2014년 7월부터 2년여 간의 시간동안 전국 함박스테이크 전문점을 방문해 시식하고, 일본 등 해외 시장조사 및 설비 검토 등의 각종 노력을 통해 이번에 '고메(Gourmet) 함박스테이크'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고메' 브랜드는 서양 외식을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HMR(가정간편식) 브랜드다.

양 부장은 그간의 시장 조사들을 통해 "서구인들은 풍부한 고기의 식감, 일본인은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한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훨씬 더 까다로운 레시피 개발이 필요했다"라며 "또 기존 제품은 소스를 별도 포장하지 않고 일체형으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고기와 소스가 어우러지기 보다는 오히려 영향을 주면서 각각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점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원재료 전처리 과정부터 변화를 줬다. 고기를 갈아서 만들던 관행을 버리고, 칼로 굵게 썰어 넣는 공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고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하면서 원물 그대로의 조직감과 육즙을 살려 씹었을 때 입안에서 가득 차는 풍부한 식감을 구현했다.

특히, 풍부한 육즙과 식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의 겉과 속을 구분해 만드는 차별화된 신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만두피가 만두소를 감싸고 있듯이 육즙의 손실을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새롭게 도입한 것이다.

▲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 고메 함박스테이크 생산라인 사진 (사진 = CJ제일제당)

달궈진 돌판에 구워먹는 스테이크 메뉴 원리를 응용해 제조공정을 설계해 짧은 시간에 고온으로 가열하는 공정으로도 차별화했다. 23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표면을 익혀 겉은 단단하고 바삭한 식감을 만들고 속은 육즙과 재료 고유의 맛 성분을 가둬 손실되지 않게 하고, 또 스테이크를 올리는 순간 표면 수분이 증발해 겉은 빠르게 익으면서도 속은 신선한 육즙이 풍부하게 있어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던 특징을 기술로 구현한 것이다.

양 부장은 "제품을 가열하는 온도 변화까지 생각을 못했는데 우연치 않게 핵심기술을 스테이크 메뉴로부터 확보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자레인지 전용 제품으로 개발한 것도 주요 포인트다. 이는 1~2인 가구 증가로 간편식 선호가 급증하고, 이에 따른 조리 간편성에 대한 소비자 니즈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 부장은 "후라이팬 조리 시 속이 데워지지 않는데도 겉은 타버리는 경우가 많아 먹기 불편한 점을 개선했는데, 약한 불로 오래 익히면 육즙이 빠지기 때문에 제품의 맛 품질도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며 "요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2분30초 동안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맛있고 근사하게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차별화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제품을 개발하는 데 쉽지만은 않았다. 이에 양 부장은 "제품 개발 당시인 2014년, 2015년만 해도 시장 규모도 50억원 수준이다 보니 내부에서는 제품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라며 "또  수제형 외관과는 다른 제품으로 성형이 되거나, 육즙이 빠지고 중량 편차가 발생하는 등 맛 품질이 균일하지 않아 개선작업만 수개월이 걸리기도 했다"라고 당시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2년의 시간 끝에 최종적으로 개발을 마친 '고메 함박스테이크'는 최근 해태제과 '고향만두'의 아성을 무너뜨린 '비비고 왕교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율을 보이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판단, 추가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를 단행(2017년 2월 증설 완료)하게 됐다. '고메 함박스테이크'는 출시 첫 달부터 매출 1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도 발생했다는 것.

한편, 현재 CJ제일제당 '고메' 브랜드는 치킨류('고메치킨 순살크리스피', '고메치킨 핫스파이시', '고메 너겟')와 스테이크류('고메 함박스테이크', '고메 토마토미트볼'), 스낵류('고메 핫도그 크리스피') 등 총 6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이 '고메' 브랜드의 최근 누적 매출(5월 중순 마감 기준)은 600억원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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