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널리스트의 변명,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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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수지 기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기업분석보고서(리포트)는 증권업계 안팎에서 논란거리로 거론되는 단골메뉴다. 상장사들의 기업가치와는 무관하게 목표주가를 낙관적으로 제시하는 등 연일 '매수' 리포트가 쏟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으나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2014년 0.13% 수준이던 매도 리포트 비율은 이듬해 0.25%로 소폭 올랐으나 2016년 다시 0.17%로 떨어졌다.

올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매도 리포트를 한 개도 내지 않은 증권사가 대부분인 데다 상반기 매도 리포트 건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로써 금융당국의 개입으로도 '기업분석보고서 문제'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보다 강력한 강제력이 더해지지 않는 한.

그렇다면 눈을 보고서 생산자 쪽으로 돌려보자. 애널리스트들도 할 말은 있다. 리포트에 매도가 적히는 순간 상장사의 압박을 피할 수 없을 뿐더러 기업탐방 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 증권사가 하나투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가 기업탐방을 제지하는 등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에 대한 인수합병(M&A) 리포트를 냈다가 삭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애널리스트들은 리포트 말미에 '외부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본인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했다'라고 적시한다. 민망(?)하다.

증권사 내부적으로도 객관적인 리포트를 내기 어려운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영업구조의 문제다. 증권사들이 리서치업과 법인영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상황에서 내가 쓴 매도 리포트 하나가 자칫 법인영업에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기업을 분석하는 것이 애널리스트 본연의 임무임엔 틀림없다. 때문에 기업·회사와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여러 이유로 독립성을 갖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는 되지만 받아들여 질 수는 없는 일이다. 얼치기 보고서에 호되게 당한 일부 투자자들이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지 않는가.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하다. 기업 간 눈치싸움이 아닌 공정성과 객관성을 겸비한, 가감 없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는 애널리스트가 존재하는 근본 이유다. 리포트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 지금, 누구를 위한 리포트를 내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들의 리포트 신뢰도가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이 같은 고질적 관습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증권사 불신으로 번져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산업의 신뢰도 추락이라는 엄중한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이는 '보고서 문제'가 애널리스트 개인뿐 아니라 증권사 입장에서도 일종의 딜레마이지만 반드시 극복돼야 하는 이유다.

앞서 언급했듯이 애널리스트와 증권사도 나름 답답한 심경일 수 있다. 하지만 '증권업의 앞날'을 생각하는 거시적 안목에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배가하라는 충고와 조언이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잘못이 존재한다면, 그 어떤 변명도 방어수단으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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