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권 '성과급 잔치' 제동…"손실내면 차감·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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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국정과제'따라 '지배구조 시행령·규정안' 9월 적용
이익나도 60%만 선지급…'성과급 제한' 증권 등으로 확대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금융팀] 금융당국이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연내 금융회사들의 단기성과 중심의 고액성과급 지급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익을 내도 성과급을 4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도록 하고, 손실이 나면 성과급을 깎거나 지급된 성과급까지 환수된다. 특히 현재 은행권에만 적용되는 '성과급 제한'을 증권, 보험 등 다른 금융권으로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24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감독규정'이 오는 9월부터 적용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단기성과 중심의 보수체계가 고위 임원들이 위험을 과도하게 감수하게 함으로써 금융회사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야기한다고 보고 성과급 지급 이연과 향후 손실발생시 철회·환수하는 방안을 논의해 온 데 따른 조처다.

기존 시행령은 집행임원과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에 대해 성과급의 '일정 비율'을 3년 이상에 걸쳐 이연(移延) 지급한다고 규정했으나, 개정안은 이를 구체화해 성과가 발생한 해당 연도에는 성과급의 최대 60%만 주고, 나머지 40%는 이듬해부터 3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도록 했다. 이연 지급되는 성과급도 첫해에 집중되지 않도록 3년간 균등하게 분할해 줘야 한다.

이와함께 금융지주 회장·행장의 총급여 한도를 사실상 20억 원으로 묶고 단기 성과급을 총급여의 5분의1로 제한한 은행권의 사례를 다른 업권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지난해 증권사 등의 일부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고 2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기본급과 별도로 챙겼다.

'성과급 제한'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으로 '단기 성과 중심의 고액 성과급 지급 관행 타파'를 제시한 데 따른 것으로, 금융회사가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치중하면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당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익을 내면 성과급을 챙기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금전적 책임을 지지 않던 관행도 깨진다. 이른바 '먹튀'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성과급 지급 비율과 같은 비율로 손실액을 책임지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하기로 하고 금융권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특히 성과급 이연 지급 기간인 4년 안에 성과급 발생 사유가 손실로 이어지면 성과급을 차감된다. 예컨대 파생상품 투자로 발생한 이익의 5%를 성과급으로 받게 됐다면, 이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의 5%를 성과급에서 깎는 식이다. 만약 손실이 커 앞으로 지급될 성과급을 차감하는 것만으로는 메울 수 없다면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게 된다.

이같은 규정이 시행될 경우 은행보다는 증권, 보험 등 산업자본이 대주주로 있는 금융회사가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급 문제는 애초 국정기획위가 검토하지 않았다. 국정과제 선정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 분야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자율적 모범규준이 아닌 강제성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성과급 이연 지급과 차감·환수 규정은 미국·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된 제도다. 미국은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업권별 금융당국이 성과급 체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총자산이 2천500억 달러를 넘는 금융회사 임원은 4년간 성과급의 60%, 총자산 500억 달러를 넘는 경우 3년간 성과급의 50%가 이연 지급된다. 환수 기간은 7년이다. 유럽연합은 이에 더해 성과급이 기본급보다 많을 수 없도록 했으며, 영국은 환수 기간을 10년까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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