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이상 형 받으면 5년 뒤 재심사…발행어음 인가 '적신호'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삼성증권의 초대형 IB(투자은행) 진출에 급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재판 진행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증권의 '대주주'로 판단하면서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가 보류된 탓이다.

10일 삼성증권은 "지난 7월 금융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해 대주주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사유로 심사가 보류될 것임을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 받았다"고 공시했다. 여기서 대주주는 이 부회장을 뜻한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자회사 경영에 영향을 준 첫 사례가 된 셈이다. 검찰이 징역 12년을 구형한 이 부회장의 1심 선고는 오는 25일 예정돼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증권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29.39%)인데, 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이건희 회장(지분률 20.76%)인 데다, 이 부회장도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한 특수관계인이다. 지난 8월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수관계인도 대주주에 포함되면서 금융당국은 이 부회장을 삼성증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주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서 삼성증권이 바로 결격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결정은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에 따른 것으로, 소송이나 조사·검사 등의 내용이 인가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절차가 끝날 때까지 인가 심사를 중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내놨다. 세부적으로는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인 회사에 한해 만기가 1년 이내인 어음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보증 등 단기금융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 인가를 받게 되면 기존 업무인 채권 발행이나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등을 넘어 보다 광범위한 기업금융에 뛰어들 수 있어 증권사로서는 새 수익원 확보에 대한 기대감도 컸었다.

그러나 이번 심사 보류로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등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형 집행이 모두 끝난 후 5년 뒤에나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징역 12년형이 확정되면 삼성증권은 17년 후에나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상위사들이 시장 선점을 마친, '그들만의 리그'에 뛰어들게 되는 셈이다.

한편,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의 단기금융업무 인가 심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은 금융위에 발행어음 인가 신청서를 접수했으며 이후 금감원이 심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