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미 FTA 어디로?…재협상보다 부분 손질에 '무게'
[초점] 한·미 FTA 어디로?…재협상보다 부분 손질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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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측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등 한미 대표단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영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첫 만남 이견 '팽팽'…"협상 개시"vs"효과부터 따져보자"
美 산업별 이해 '제각각'…차·철강 손질, NAFTA에 초점?

[서울파이낸스 산업팀] 미국이 요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한미양국 대표가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만났지만 상호 이견만 확인한 채 회의를 마쳤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미 FTA 개정에 필요한 상호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양측은 어떤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대로 미국 측은 한미 FTA 이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가 2배로 늘어난 점을 제기하면서 한미 FTA개정협상을 개시할 것을 압박했다. 특히 미국은 특히 자동차·철강·IT분야의 교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며 무역적자 문제 해소를 위한 협정문 일부 수정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일시적, 거시적 요인이 복합적 작용한 결과로 한미 FTA가 원인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객관적인 통계와 논리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 효과에 대해서도 서비스,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양측에 상호 호혜적으로 이익균형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결국 양 측은 이견만 확인한 채 추후 일정도 잡지 못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미국내 기류와 현지 언론 보도를 뜯어 보면 한미 FTA 개정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어느정도 가늠이 가능하다.

이와관련 미국의 자동차와 철강 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재협상보다는 일부 손질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업계별 입장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이같은 관측이 제기되는 가장 큰 배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 내 업계별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명했다. 한·미 통상당국이 미국 측 요구에 따라 한·미 FTA 개정논의에 착수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업종별 일부 조항에 대한 손질이 실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미 FTA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은 미국의 쇠고기 업계라며, FTA가 체결된 이후로 한국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축산협회와 북미육류협회, 미국육류수출협회 등 미국 3대 쇠고기 업계 단체장들은 지난달 27일 미 정부에 서한을 보내 "한·미 FTA는 한국에서 미국 쇠고기 산업을 확장하는데 이상적 환경을 창출했다"고 밝혔다. 현행 FTA 조항을 옹호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미 재계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도 한·미FTA에 대해 불만이 크지는 않은 기류를 감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방한한 미 상공회의소의 태미 오버비 아시아 담당 부회장은 "한·미FTA는 매우 균형 잡힌 협정"이라며 "한미FTA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미국의 무역적자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가 FTA 재협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자동차업계와 철강업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이들 두 업계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한·미FTA의 불공정성을 주장할 때마다 철강이나 자동차를 거론하곤 했다. 승용차의 경우, 대(對)한국 수출액이 지난해 16억 달러(약 1조8천억 원)로 5년 전보다 불과 4억 달러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미 승용차 수출액은 160억 달러에 달했다.

미 철강업계 역시 한국의 공급과잉이 글로벌 철강값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철강 부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타깃은 중국이지만 한국도 엮여있다.

이처럼 미국 재계의 분위기가 통일성없이 뜨뜻미지근한데다 산업별 이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재협상보다는 일부 손질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가 한미 양국의 동맹 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무시못할 대목이다. 북핵 대응에 있어 탄탄한 한미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재협상론을 밀어붙이기에는 미국측으로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한미FTA보다 NAFTA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결국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일시적, 거시적 요인이 복합적 작용한 결과로 한미 FTA가 원인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객관적인 통계와 논리로 맞서는 것이 유효한 방어수단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미 상공회의소의 태미 오버비 아시아 담당 부회장도 "무역적자는 중요한 숫자이지만 무역협정의 성공을 평가하기에 적절한 잣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FTA의 경제적 효과를 먼저 분석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개정을 고려하기 전 현황에 대한 공통된 시각을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매우 현명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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