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중구 공항로 인천국제공항여객터미널 내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모습. (사진=롯데면세점)

5년간 4조1000억원 부담…예상 손실1조4000억
"품목별 영업요율 변경 요청, 거부하면 전면 철수"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돈 먹는 하마로'.

국내 1위이자 세계 2위 면세사업자로 군림하던 롯데면세점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두 손을 들고 말았다. 13일 롯데면세점은 전날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출국장 면세점 임대료의 합리적 조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건넸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임대료 인하 요청을 인천공항공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문 내용의 뼈대는 '최소보장액'이 아니라 '품목별 영업요율'로 임대료 구조를 바꿔달라는 것.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8849㎡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가장 큰 면세점이다. 임대료는 5년간(2015년 9월~2020년 8월) 4조1000억원. 이는 최소보장금액으로 무조건 내야 한다.

문제는 지난 3월부터 불거졌다.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꺾였다. 롯데면세점은 올해만 2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8월까지 임대료를 모두 낼 경우 손실액은 최소 1조40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상품별 매출액에 따라 임대료를 내는 방안을 인천공항공사에 제안했다. 지난 8월30일 열린 면세점 사업자 회동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롯데면세점은 최악의 경우 인천공항에서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사드 배치 이전에도 임대료가 비싸 매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세계 1위 공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부담을 감수하고 영업을 해왔다. 중국인 관광객이 끊긴 지금 시내면세점만으로는 적자를 메울 수 없어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품목별 영업요율로 바꾸면 임대료를 월 20%가량 낮춰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다. 협의를 통해 인천공항에서 전면 철수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싶다"며 했다.

면세사업자들의 고충은 롯데면세점뿐이 아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달까지 제주공항의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제주공항공사는 임대료를 영업요율에 따라 책정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올 연말 다음 사업자가 선정될 때까지 계속 운영하기로 한화갤러리아와 뜻을 모았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에 요청한 인천공항 면세점 주요 품목별 영업요율은 향수·화장품 30%, 위스키·브랜디 35%, 와인·샴페인 20%, 외국산 담배 35%, 국산 담배 25%, 의류 20%, 피혁 20%, 시계 20%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