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은행권에 불어 닥친 '4차 산업혁명'…진화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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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모바일' 대세언제 어디서나 '금융 라이프'
카뱅·케뱅 효과, 종이통장 버리고 사이버 공간 진출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은행권에 4차 산업혁명의 태풍이 본격적으로 불어 닥치고 있다. 자연스레 떠올렸던 종이통장의 시대가 점차 저물어 가고 인터넷, 모바일을 기반으로 은행의 업무가 사이버 공간에서 제약 없이 가능한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K뱅크)는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안주했던 은행들에게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이라는 과제를 무겁게 전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이 은행권에 던진 파장은 예상을 뛰어 넘는 충격이었다. 이들의 등장으로 은행의 보수적인 영업행태에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상품에 필적한 고금리 특판 예금과 간편대출을 출시하는 한편, 단 수개월 만에 환골탈태 격의 애플리케이션 개편을 이뤄내고 있다. '24시간 영업' 체제인 인터넷은행에 맞서 오프라인 영업점의 운영 시간을 조정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케이뱅크가 지난 4일 출시한 '김생민 코드K 자유적금' 1만5000좌 한정판매분이 5일 만에 완판됐다. 코드K 자유적금은 복잡한 우대조건 없이 협력사 발급 코드만 입력하면 연 2.5%의 금리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우대조건 없이 연 2.0%의 금리를 주는 정기예적금 상품을 판매 중이다. 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은행 모두 기본 수시입출식 계좌에서 일부 금액을 별도로 구분하면 연 1.2%의 금리를 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 그래픽=서울파이낸스DB

◆ 시중은행 예금·대출 온라인 중심으로 시프트 

시중은행의 맞대응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최고 연 7%의 파격적인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위비Life G마켓·옥션 팡팡적금'으로, G마켓·옥션에서 월 20만원 이상 결제해 금리 우대 쿠폰을 받아야 하는 6개월 단기 적금 상품이지만, 지난 7월 출시 이후 두달 만에 7500계좌가 팔려 잔액 20억원을 돌파했다.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 통신비 자동이체 조건 만으로 연 2.7%의 금리를 제공하는 T핀크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과 합작한 자회사 핀크(Finnq) 설립에 발맞춰 내놓은 상품이다.

SC제일은행은 자유입출식통장 금리를 최고 연 1.5% 수준으로 제공하는 특별금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플러스 통장에 가입한 뒤, 잔액을 1000만원 이상으로 유지하면 2개월 간 연 1.5%의 금리를, 300만원 이상만 유지해도 1.1%의 금리를 제공한다.

대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카뱅이 출시 한달 만에 1조4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판매한 가운데 은행권의 대출취급 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6월 3.86%에서 8월에는 3.74%로 0.12%p 내렸고, 신한은행 역시 0.1%p 하락한 3.53% 수준이었다.

특히 씨티은행의 경우 0.67%p나 내린 5.76%로 낮아졌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KEB하나은행의 8월중 금리가 6월대비 0.37%p나 내린 4.33%로 낮아졌고, 우리은행도 0.09%p 하락한 3.74%로 하락했다. 씨티은행의 경우 0.11%p 내린 5.95%를 기록했다.

복잡한 상품 구성과 인증 과정을 거쳐야 했던 UI(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몰라보게 간결해졌다. 신한은행은 최근 공인인증서 없이도 계좌조회나 이체가 가능한 간편서비스를 출시했다.

KB국민은행도 간편뱅킹앱 리브를 전면 개편하고, 공인인증서 없는 대출을 선보였다. 우리은행도 지난 5월부터 '더 간편뱅킹'을 통해 보안매체 없는 예금신규, 지정 계좌이체를 지원한다.

인터넷은행의 영향력은 오프라인 영업전략까지 바꾸는 모습이다. 4대 은행 중에서도 점포수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40여개 지점의 운영시간을 오후 7시까지 늦추는 야간 영업 서비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점포 사정 별로 2교대 근무나 오후 7시에서 오후 9시까지 영업하는 애프터 뱅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달부터 일부 지점의 토요일 영업을 시작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운영중인 탄력점포 수(6월 기준)는 630개로 전년대비 10% 이상 급증했다.

◆음성뱅킹 넘어 가전제품과도 결합

당장은 인터넷은행 중심의 서비스의 간편성이나 금리 경쟁이 시장 변화의 중심에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수익 상품에서 경쟁력이 갈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하반기 취급 상품을 넓힐 계획인 가운데 시중은행도 인터넷은행 전략에 대응해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타사의 은행·카드 내역까지 종합해 분석하는 서비스앱 핀크를 출시했다. 은행업 인가 사업자로는 힘든 서비스로 인터넷은행과는 차별화를 두는 대신, KEB하나은행·하나카드 상품 가입을 연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S뱅크와 써니뱅크를 통합한 독자적인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중은행 중 모바일뱅크를 가장 먼저 출범한 우리은행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 냉장고 패밀리허브에 홈뱅킹 서비스를 탑재하고, 음성인식 뱅킹서비스 '소리(SORi)'를 출시하는 등 카우치뱅킹 실용화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은행권은 가격 경쟁과 조직·채널 정비, 핀테크 역량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 설립 초기에는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수수료, 금리 조건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향후에는 다른 은행과 차별화되는 혁신적 상품이나 노하우가 수익성 확보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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