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대 수트 등장…'캐주얼' 비중 높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자, 패션업계도 앞 다퉈 이를 겨냥한 남성정장(수트)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역성장에서 벗어났던 남성복 시장이 다시 주춤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일제히 콧대를 낮춘 모양새다.
최근에는 10만원대 수트까지 등장했다. 이랜드월드의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스파오에선 12일 사회 초년생을 겨냥한 '퍼스트 수트'와 '어썸 수트'를 선보였다.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퍼스트 수트는 고중량 트윌조직(능직) 소재로 두툼하게 짜여져 보온성이 좋다. 소뿔(Horn) 단추까지 활용하면서 고급스러움을 더했지만, 상의(재킷)와 하의(바지) 가격은 각각 13만9900원, 5만9900원이다.
폴리 혼방 소재로 내구성이 강한 어썸 수트 역시 상의 9만원, 하의 3만9900원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9월은 신학기와 다가오는 면접 준비로 깔끔한 수트가 필요한 시기"라며 "스파오 수트는 가격부담이 없으며 내구성도 강해 데일리 비즈니스캐주얼 룩으로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LF(옛 엘지패션)도 가성비를 앞세운 '블루라운지 마에스트로'를 선보일 예정이다. 블루라운지 마에스트로는 신사복 브랜드 '마에스트로'의 서브 라인이다. 마에스트로가 40~50세대를 공략했다면, 블루라운지 마에스트로는 35~45세대에 초점을 맞췄다. 상의 가격은 17만9000원부터 32만9000원까지. 하의는 7만9000원~12만원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가성비 전략에 발을 담갔다. 갤럭시는 재킷과 바지를 따로 활용할 수 있는 '뉴 슈트'를 새로 선보였고, 로가디스는 셋업 수트를 포함해, 안팎으로 입을 수 있는 스웨터도 출시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캐주얼 의류 비중을 늘린 것이다. 갤럭시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 수트 비중을 지난해보다 10% 줄이는 반면 캐주얼 비중은 70%까지 높인다. 빨질레리도 35~49세까지 '뉴 포티(New Forty)' 그룹을 겨냥한 '캐주얼 중심' 브랜드로 재탄생한다. 캐주얼 비중을 81%까지 높여 재킷과 바지 제품을 강화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업체들이 가성비를 강조하면서도 고가 브랜드를 통한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저가 제품 등장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