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감시시스템 고도화에도 보험사기 '증가일로', 왜?
[이슈진단] 감시시스템 고도화에도 보험사기 '증가일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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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DB

적발 금액 연일 최대치…사회적 인식의 문제
일반인조차 죄의식 없이 '모럴해저드형' 범죄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 김모씨 부부와 자녀 2명은 지난 10년간 병원 20여 곳을 다니면서 120차례나 입원했다. 보험사에서 입원보험금을 타내려고 자녀들과 돌아가며 병원에 허위입원한 것이다. 이들은 나중에 이 생활이 익숙해지자 아예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보험사에서 받은 보험금은 생활비로 썼다. 이들이 10년 동안 뜯어낸 보험금만 7억원에 달한다.

보험사기 상시감시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적발금액이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기를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하다. 보험사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수가 전년대비 9.7% 증가한 7185억원으로 나타났다. 적발 인원은 총 8만3012명으로 전년대비 0.5% 감소했지만 적발금액이 늘면서 1인당 평균 사기금액도 전년 대비 11.5% 증가한 87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험사기 비중 순서는 △허위 또는 과다 입원·진단 관련 보험사기 70.9%(5097억원) △살인·자살·방화 등 고의로 사고 유발 형태 16.9%(1125억원) △자동차사고 피해 과장 6.8%(485억원)을 각각 차지했다. 이같이 과다입원 및 피해과장 형태의 보험사기 증가의 주된 원인은 범죄행위 인식의 부족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기는 조직화, 일반화,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다"며 "교묘한 수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조직적 범행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평범한 일반인조차 죄의식 없이 허위로 보험금을 타내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형' 범죄가 관행처럼 굳어져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가 단순히 보험료가 오르는 부작용만 초래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사기는 전파성이 강하고 모방범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경기침체를 틈타 사회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 일례로 보험사기에 연루된 10대 청소년은 2009년 508명에서 2013년 1264명으로 2배이상 증가하는 등 사회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지난해 9월 30일부터 시행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동안 보험사기는 일반 사기죄와 똑같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했지만, 특별법은 보험사기죄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다스린다.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이면, '보험금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이 미덕'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특별법이 흉악 범죄로 이어지는 보험사기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처벌 수준이 현저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경우 1994년 폭력범죄규제 및 처벌법의 일부로 '연방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했다. 연방법은 △보험사기로 인한 신체상해는 20년 이하 징역과 벌금 △보험사기로 인한 사망은 종신형과 벌금을 함께 부과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같은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먼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과가 없는 보험사기범의 비율은 2007년 87.0%에서 2012년 90.1%로 증가했다. 범죄경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보험사기에 관대한 인식도 문제다. 과거 보험연구원이 성인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4.3%는 보험금을 받기위해 작업장에 고의로 화재를 내는 행위까지 용인할 수 있다고 답변해 충격을 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의 피해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으로 확대 될 수 있다"며 "보험은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분담하기 위해 만든 경제적 제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향후 추진되는 20대 금융관행 개혁 주요 과제에 보험사기 예방 3중 레이다망(가입·유지·적발 단계) 가동을 포함, 보험 가입단계부터 보험사기 혐의자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보험·금융투자상품 등에 대한 불완전판매 실태점검을 계속해서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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