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논란과 핵 추진 잠수함 도입 검토 소문 등 국방력 강화와 관련한 이런저런 논의들이 오고간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국방력 강화는 필수적인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불가피한 일이긴 하다.

대체로 보수 세력들은 미군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원하고 있고 세칭 진보 정권이라는 현재의 정부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핵 추진 잠수함의 도입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의 반응을 저울질하느라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을 본격적으로 꺼내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스스로의 국방력 강화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동맹 강화만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보수 세력들의 확신에는 한반도 내 미군 전력만 강화되면 우리의 안보는 문제없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너무 단순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현재의 우리 입장에서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는 우리 스스로의 국방력이 강화되지 않고 미군 전력만 강화되길 기대하는 게 과연 우리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일방적으로 기대는 방식의 동맹은 온전하게 유지될 수 없다. 아직은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미국 쪽 사정이 있으니 당분간은 우리가 미국을 의지하는 형태의 기울어진 동맹관계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이미 미국은 트럼프 정부 들어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며 새로운 균형 관계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상태로도 주한 미군의 방위비를 상당한 수준에서 분담하고 있는 데 여기 더해 분담액 증액을 서서히 압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자체적인 무기 개발에는 이런저런 제동을 걸고 있어서 영구히 한국의 자주국방은 불가능한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 북한 핵을 저지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상태다. 비록 전술 핵 무기라 할지라도 우리가 핵무기를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에 들여놓으면 더 이상 북한 핵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다. 북한의 핵무기 체계를 공고화시켜줄 위험성만 커진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우리 땅에서 핵 전술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주변국들의 핵무장 속도를 높여줄 위험이 커진다. 중국은 이미 사드배치에 반응하는 정도로 봐서 한반도에 미군 전술핵이 재배치될 경우 지금의 핵무장 수준을 넘어서는 핵무기 체계의 강화에 나설 수 있고 호시탐탐 재무장을 도모하는 일본도 이를 기화로 핵무장까지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남한 스스로는 핵무기를 쥐지 못한 채 주변국 모두를 핵무장 강화로 나서게 만들 위험성만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미 한반도 주변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핵무장 상태이고 일본은 핵발전소를 명분으로 다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한 상태다. 미 일 진영과 중 소 진영 간에 핵전쟁이 벌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그 무대는 한반도가 될 위험성이 그 무엇보다 높아진다. 제아무리 한미동맹이 우릴 지켜줄 거라고 발버둥 쳐봐도 한반도의 위험성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이 단지 잠수함의 연료로 사용되는 것일 뿐 무기화한 것은 아닌 만큼 핵무기체계를 갖추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비핵화 선언에도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단지 전 세계 몇 나라만 갖고 있다는 핵추진 잠수함을 한국에 판매 또는 제공할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도입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지만 미국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도 발사 사거리를 제한하는 등 여러 가지로 제동을 걸어온 미국이 한국의 최첨단무기 판매를 허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한국이 작전 지휘권을 온전히 회수하고 한미방위조약을 우리에게 좀 더 유리하게 개정한다면, 그리고 우리의 독자적인 무기개발 능력을 좀 더 확실히 키운다면 국내 개발된 핵추진 잠수함을 꿈꿔볼 수도 있지만 그동안 한미동맹에 지나치게 목매달아온 결과로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독자적인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기 어렵게 돼 버렸다.

상해임시정부가 한반도를 직접 다스리지 못했으니 독립국가가 아니었다고 강변하는 보수 세력들이 국민, 영토, 주권을 국가의 3대 요소라 하고 그 주권에는 국방 주권도 포함된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국방력이 없이 대외적인 주권 행사는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작전권 회수조차 반대하는 희한한 논리를 펴고 있다.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