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한국지엠 韓시장 철수說, 내막은?
끊이지 않는 한국지엠 韓시장 철수說, 내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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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한국지엠)

카젬 대표 부임이어 산업銀 담보대출 무산분위기 '뒤숭숭'

[서울파이낸스 전수영·손예술 기자] 한국지엠의 한국 시장 철수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 철수설과 감산설 등이 오고갔다.

더욱이 GM이 한국지엠에 대출 조건으로 공장 및 생산시설을 담보로 요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지엠의 철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한국지엠에 대출을 해주면서 국내 공장 및 생산시설에 대한 담보를 요구했다. 이에 지분 매각 제한권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행은 이를 불허했고 결국 대출이 성사되지 못했다.

한국지엠은 국내 금융권을 이용하지 않고 GM홀딩스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부담했다. 이로 인해 지난 4년간 무려 440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해왔다.

산업은행은 2002년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당시 채권단으로 참여하며 한국지엠 주식과 함께 비토권을 확보했다. 비토권은 한국 시장 철수와 구조조정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장 담보제공으로 대출을 제한한 것은 2014~2015년 얘기다. 그때 제안이 왔었지만 거절했다. 한국지엠이 차입금을 갚지 못할 경우 GM 본사가 공장을 다 팔 수 있어서다"며 "다만 한국GM이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은 허용해줬다"고 공장 담보제공을 통한 대출은 최근 얘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 제한권의 효력이 10월까지여서 이후에는 GM의 한국지엠에 대한 대출 담보 요구도, 차입금 미상환 시 공장 및 생산시설 매도 막을 방법이 없다.

◆ 실적 부진 지속…"정상 가동 쉽지 않을 듯"

한국지엠은 수년간 한국 시장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지엠의 자본총계는 87억5000만원 정도였지만 부채총계는 7조4783억2000만원으로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654.7배에 달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지엠은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10%를 넘는 점유율을 보였지만 올해는 두 자릿수 점유율 유지가 힘들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차급을 선보이지 못했으며 기존 베스트셀링카의 판매량도 현상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한국지엠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계속해서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경우 아무래도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이런 문제를 확대 해석해서 한국지엠이 한국 시장을 떠날 것으로 보는 것은 아직까지 예단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 인도 시장 철수 장본인 CEO 취임 배경도 관심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국내 시장 당장 철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면서도 부진을 털어내지 못할 경우 점진적 철수는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진이 지속될 경우 공장 가동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고객들이 요구하는 자동차를 제때 공급하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고객은 한국지엠에 등을 돌리게 되고 공장 정상 가동은 더더욱 힘들어진다. 결국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유동성에 차질이 생겨 한국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GM의 전략에서 비롯된다. GM은 글로벌 시장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GM은 현재 수요가 풍부한 중국 시장과 북미 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신흥국이 많은 남미 시장도 비중이 높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GM의 다섯 번째로 큰 시장이긴 하지만 주목하고 있는 시장과 비교하면 규모면에서 차이가 많다.

이 때문에 GM은 기존 시장이 크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집중 공략하며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 시장에서는 과감하게 철수하고 있다. 실제로 GM은 자동차 시장으로는 큰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에서 철수했으며 호주와 인도 시장에서도 발을 뺐다. 특히 인도에서 철수할 당시 이를 진행한 이가 카허 카젬 현 한국지엠 최고경영자(CEO)다.

카허 카젬 CEO가 한국에 취임하면서 한국 시장 철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현재 상황을 감한하면 그대로 믿기에는 힘들다는 일부의 관측도 있다. 공장과 생산시설을 매각하고 한국에는 판매망만 둘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지엠이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할 경우 한국지엠이 확보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놓고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의 물러섬 없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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