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도 넘은' 강남 재건축 수주戰…'점입가경'
건설업계, '도 넘은' 강남 재건축 수주戰…'점입가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근 '50층 재건축'이 허용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이사비 지원, 분양가상한제 따른 손실 보전 등 제공
시장 혼탁에 정부·지자체, 합동 점검 방안 적극 검토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최근 건설사들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출혈경쟁도 불사하고 있다. 이사비 무상 지원, 후분양제 등의 카드까지 앞 다퉈 꺼내며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출혈경쟁으로 인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GS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수주를 위해 미분양 분양가 인수, 후분양제 도입을 조합 측에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더 나아가 5억원 이사비 무이자 대출과 교육영향평가에 필요한 비용 지원,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조합원 일반분양 금액 손실분 보전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진행된 한신4지구 재건축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롯데건설의 경우 입찰제안서에서 가구당 2000만원의 이사비와 후분양제를 제시했다. 또 사업추진이 지연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될 경우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방안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또 이날 입찰을 마감하는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에 골든타임 분양제(후분양제), 롯데월드타워 및 한강 조망이 가능한 스카이브리지, 조합원 분담금 전액 입주 시 납부 등의 조건을 제안했다. 이사비 지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8.2 부동산대책으로 주택경기가 위축돼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제시했던 과도한 보장 조건이 추후 시공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GS건설은 반포1단지에 3.3㎡당 542만원의 확정공사비를 제공해 향후 조합 측의 설계변경 요구나 시세하락 등이 발생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GS건설 관계자는 "공사 예가를 모두 원가로 적용해 산정했다"며 "실제로 수주한다고 해서 남는 것도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수주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건설사들이 이사비와 후분양제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은 강남 재건축사업을 대신할 만한 다른 매력적인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부진은 물론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SOC 예산 감소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상당수의 건설사들은 해외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국내 주택사업으로 메꾸고 있는 상황이지만 잇단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국내 주택사업 매출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택지는 줄어들고, 해외·SOC 등 다른 사업이 줄어들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조차 먹거리를 찾기 위해 주택사업에 올인하는 분위기"라며 "건설사들이 시공권 확보를 위해 조합원 퍼주기식으로 조합원들의 콧대만 높여주다 보면 이는 결국 건설사들의 재정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출혈경쟁으로 재건축 수주 시장이 혼탁해지자 정부도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점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사비 무상 지원에 대해 법률 검토한 결과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고 건설사들에게 시정을 지시했다.

과도한 이사비가 도정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토부와 서울시는 관할 구청에 과도한 이사비에 대해 사실 확인을 거쳐 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계획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향후에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정한 범위 내에서만 이사비 등을 제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가 이사비 명목으로 제시한 금액 중 사회 통념상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이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시공사 선정'을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려는 행위에 해당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현금 이사비는 누가 봐도 순수한 이사비로 볼 수 없는 과도한 금액으로 이에 대한 시정 명령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