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미국이 전쟁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소설가 한강 "미국이 전쟁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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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한강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북미갈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소설가 한강(47)이 미국 유력지에 한국인들의 심정을 담은 글을 기고했다.

한강은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전쟁 우려 때문에 은행에서 돈뭉치를 찾아오다가 절도 피해를 본 노인의 사건을 시작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한강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이후부터 전쟁은 그 노인이 청소년기에 줄곧 겪어온 체험이었을 것"이라며 "평범한 중산층으로서 살아온 그가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가는 길에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상상이 된다"고 적었다.

한강은 "나는 그 노인과 달리 한국전쟁을 겪지 않았다"며 전쟁 후 철저히 단절된 남북한의 실태와 그에 따른 한국인들의 인식을 소개했다.

그는 "전후 세대들에게 북한이라고 알려진 나라는 때로 모종의 비현실적인 존재로 느껴진다"며 "물론 남한 사람들은 평양이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이며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휴전 중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한강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태연한 듯 일상을 살아가는 이런 한국인들을 향한 외신들의 시선도 주목했다.

그는 "이런 고요함이 한국인들이 정말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모두가 전쟁의 공포를 진실로 초월해냈을 것 같으냐"고 물음을 던졌다.

자택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방공호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명절 선물로 전쟁을 대비한 '서바이벌 배낭'을 준비하는 등 최근 한국 풍경을 사례로 소개했다.

한강은 "우리는 바로 국경 너머에 있는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할까, 방사능이 누출될까 무섭다"며 "우리는 서서히 고조되는 말싸움이 실제 전쟁으로 번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남쪽에 5000만명이 살고 그 가운데 70만명이 유치원생들이라는 게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런 두려움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강은 한국전쟁이 이웃 강대국들이 저지른 대리전이었다며 7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위협이 미국 뉴스에서 들려온다고 지적했다.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 "우리가 이길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남한 사람들이 매일 2만명씩 죽는다." "전쟁이 미국이 아닌 한반도에서 일어나니까 걱정하지 말라." 최근 전해진 자극적 뉴스를 토막토막 소개했다.

한강은 "한국은 하나만 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에 한국인들이 뚜렷하게 아는 게 한 가지가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우리는 평화가 아닌 어떤 해결책도 의미가 없고,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없으며 불가능한 구호일 뿐이라는 걸 안다"며 "또 다른 대리전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 한반도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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