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종 좋은문화연구소 소장

이번 한가위 연휴는 10일간 연일 이어지는 황금연휴로 국민들이 잠시나마 노고를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라는 오명을 갖고 있으니 이번 황금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피로를 풀고 위안을 얻었길 기대해 본다.

해외 여행객도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해 인천공항을 빠져 나가는 인파는 하루 10만명이 넘어 열흘간 100만명을 돌파했을 지경이었다. 이로 인해 내수 진작 목적으로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의미가 반감했지만 해외 여행의 자유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긴 연휴로 인해 백화점 등 일부는 모처럼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재래시장은 전보다 못한 반짝 수요만 있고 연휴 기간 내내 한가한 등 유통 부문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번 황금연휴의 효과는 뒤늦게 통계를 통해 파악할 수 있겠지만 여러 기관의 분석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심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월5일 어린이날에 이은 6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나흘간(5~8일)의 연휴가 생긴 지난해 5월 소매판매지수가 전월(-0.5%)보다 0.8% 올라 상승 전환했다. 연휴기간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뛰었고, 국내 카드 승인액도 22.7% 확대됐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도 비슷한 추이를 예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경제적 효과 외 모처럼 가족, 친지와 정을 나누고 안부를 묻는 심리적 위안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취업이 안돼 고향을 찾지 못한 이들 등 사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고향에서 어른들은 자식과 손녀를 만난 기쁨과 함께 취업과 결혼, 직장, 건강에 대해 무탈한 지 걱정했을 것이다.

황금 연휴는 끝났다. 벌써부터 이번과 같은 황금연휴를 언제 즐길 수 있을 지 궁금해 한다. 3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임시공휴일과 대체공휴일 지정을 전제로 2025년 10월 추석 즈음이 다시 10일 연휴를 즐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소한 8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아쉬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모처럼 놀고 먹고 쉬며 삶과 일의 균형을 잠시라도 갖는 듯 했지만 연휴 이후의 정세와 분위기는 다시 현실을 깨닫게 한다. 미국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이 주고받는 말 폭탄은 더욱 거세지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씨는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 친다(shudder)’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한국인들이 전쟁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트라우마를 갖고 있으며 미국과 북한의 대리전을 원치 않는다며 평화를 촉구하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한미 FTA도 먼 후의 재협상이 아닌 당장의 현안으로 다가와 협상전략을 뒤늦게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니다. 철원 군부대에서 이 모 상병이 사격훈련 중에 도비탄을 맞고 사망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은 유탄으로 밝혀져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황금연휴가 무색하게 직장으로 돌아가는 첫 날의 현실은 냉정하다 못해 참혹하기만 하다. 공적 과제들이 어디 이 뿐만이겠는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가장 경계할 것은 무관심과 지나친 낙관론이다. 황금연휴보다 더 중요한 우리의 일상이 구겨지지 않기를 기대하며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더 이상 무색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