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0월 기준금리 '역대 최장' 동결…'인상' 소수의견 촉각
한은, 10월 기준금리 '역대 최장' 동결…'인상' 소수의견 촉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 1.25% 사상 최저치 16개월째 묶어…대내외 변수 '관망'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사상 최저치인 연 1.25%에서 기준금리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에도 금리 동결을 택했다. 16개월 연속 동결 결정으로, 역대 금리가 다음달 말까지 역대 최장 기간 유지되는 셈이다.

금통위가 당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관망을 택했지만, 저금리 부작용을 수습할 책임을 등에 진 만큼 '금리 인상' 적기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는 형국이다. 이날 발표될 소수의견 여부와 경제 전망이 통화정책 변경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 금통위는 19일 태평로 본관 17층에서 10월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6월 인하 결정 이후 16개월째 금리 수준을 묶은 것이다. 사상 최저치인 1.25%의 기준금리는 다음 금통위가 개최되는 11월 30일까지 유지된다. 이는 지난 2010년(2009년 2월~2010년 6월) 이후 역대 최장 기간 동결이다.

종전과 같은 동결 결정이었지만, 이날 금통위 회의장은 침묵과 긴장감이 엿보였다. 통상 회의 직전 낮은 소리로 견해를 나누던 한은 집행부는 회의 시작까지 일제히 침묵을 지켰고, 자리한 금통위원들도 준비된 지표 자료를 들여다보는 데 집중했다. 이 총재도 착석한 뒤 별 다른 코멘트 없이 의사봉을 두드렸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오늘은 별 말씀 없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총재는 "기자들이 많이 왔다. 경제 전망 때문인가 보다."고 답변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개의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찌감치 인상 신호를 비친 금통위가 이달에도 동결 결정을 지속한 것은 북한 리스크의 영향이 컸다. 이 총재는 지난 9일 "경기 회복을 확신하는 단계에서 북한 리스크가 커졌다"며 "불확실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말에도 "(북리스크가) 고조된다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높아지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며 실물 경제 파급 가능성을 우려했다 언급했다.

경기 회복세와 가계부채 대책 효과 등을 확인할 여지도 남아있다. 일단 경기 측면에서는 수출 이외 부문에서는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물가도 농축산물과 에너지류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의 경우 목표 수준에 미달하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물가와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당장 이달 금리 인상은 선제적이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며 "서둘러 올리기 보다는 북리스크와 경기를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주요 논거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와 미 연준의 긴축 경계감도 대응이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금통위는 이달중 발표될 예정인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스탠스다. 미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개시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인 점도 인상 부담을 낮추고 있다.

금리 동결 자체는 예상된 결정인 만큼 시장의 관심은 이날 오전 11시 20분 개최되는 이주열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될 성장률 전망치와 소수의견 여부에 쏠려있다.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지만, 시장 금리 급등이 반영하듯 연내 인상에 대한 경계감도 높다.

당장 오는 12월 미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한미 기준금리차 역전이 현실화되는 탓이다. 한은 측에서는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이 총재가 지난 6월 미 금리 인상 결정과 맞물려 금리 인상을 취임 후 처음으로 시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취임 이후 사상 최저치로 기준금리를 낮춘 이 총재가 내년 3월 임기를 앞두고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간 금융불균형을 우려해 '통화완화 정도의 조정'을 시사해온 만큼 경기 개선 전망이 뒷받침 된다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평가다.

이날 발표될 성장 전망 자체는 종전 전망치인 2.8% 수준에서 0.1%p 내외로 소폭 상향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고, 지난 7월 전망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영향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앞서 1월 2.5% 수준이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2.6%로 높였고, 7월에는 2.8%로 올려 잡았다. 정부와 IMF는 올 성장률을 3.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소수의견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올해 금리 결정이 11월 단 한 차례만 남아있다는 점에서 10월 소수의견-11월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이달 인상 소수의견을 내기보다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비친 뒤 인상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금통위는 지난해 5월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위원이 합류한 이후 동결 결정은 물론 한 차례의 인하 결정도 만장일치로 결정해왔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수출 중심의 지표 개선과 추경 효과를 반영해야 하는 만큼 미미하겠지만 0.1%p 가량의 성장률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당장 이달 금리를 인상하자는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더라도 금리 인상이 조만간 진행된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나타낼 가능성은 높다"고 분석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