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 네이버 증권 캡쳐

"내년부터 반도체 슈퍼사이클 '내리막길'"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시가총액 2위주 SK하이닉스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이 갈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어디까지 지속될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현재까지는 SK하이닉스의 주력제품인 DRAM(D램)의 가격 강세를 점치며 고무된 분위기지만, 한편에서는 수요증가율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3.42% 하락한 8만18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지난 2거래일 연속 상승에서 이날 하락으로 돌아선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 11일 장중 최고점인 9만300원에 도달한 이후 일주일 만에 10%가량 빠지며 8만원대에서 지루한 조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대감에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주가가 부침을 겪고 있는 이유는 내년 이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특히 반도체 수요와 가격 흐름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먼저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7월 이후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한 채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앞다퉈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과 정반대의 행보다.

유종우 한투증권 연구원은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에 따르면 8월 전 세계 D램 출하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6.2% 증가했고, 최근 3개월 출하량 증가율 평균도 16.8%로 공급 증가율(19%)을 하회하고 있다"며 "최근 가격도 꾸준히 올라 D램을 탑재하는 제품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도 공급 증가율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겠지만 D램 가격의 꾸준한 상승은 모바일 D램의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도 최근 '중립' 카드를 꺼내들고 목표가를 기존 9만6000원에서 9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5년 반도체 승자독식이란 믿음으로 최근까지 이어진 시장의 낙관적인 전망을 방어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며 "내년 가격환경에 드리운 리스크들을 시장에서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급전략에서 효율성 물량 증가전략으로 전환한 점,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 확대, 실익이 불투명한 도시바 인수, 애플의 고가 휴대폰 판매부진이 내년부터 휴대폰 부품가격 하락압력으로 작용하며 결국 메모리 가격 하향을 불러올 것으로 관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투자는 내년에도 D램의 공급부족 현상이 강해질 수 있다는 반박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서버향 D램과 애플의 아이폰X 출시 등 모바일 D램 수요 증가로 내년 연간 실적 컨세서스 상향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최근 주가 조정세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직까지 대부분 증권사들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사업 투자와 국내업체 생산 공장 증설 완료에도 반도체 공정 미세화·기술력 차이 등 생산 수율문제가 있어 공급량이 과도하게 늘어날 가능성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관측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마진이 너무 높다는 점이 부담이긴 하지만 여러 변수와 상황을 고려해 봐도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D램 공급이 갑자기 늘어날 리 만무하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인공지능, 빅데이터 관련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