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면식 부총재 "미싱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딜레마 부각"
윤면식 부총재 "미싱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딜레마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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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 vs 거시 안정화 과제 고민해야"

[서울파이낸스 이은선 기자]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최근 경기 개선에도 물가가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미싱 인플레이션(missing inflation)'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와 물가의 관계 약화는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 과제와 거시경제·금융시스템 안정화 과제 사이에서 정책 선택의 '딜레마'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윤 부총재는 한국은행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이 3일 서울대학교에서 공동 개최한 '최근 인플레이션 동학의 변화(Changing Inflation Dynamics)'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그는 "최근 글로벌 경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경기상황이 동반 개선되는 등 오랜 경기둔화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물가 측면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은 금융위기 이후 크게 낮아진 수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최근 경기와 물가간의 관계약화 현상, 소위 missing inflation이라 불리는 인플레이션의 동태변화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여건 호조 등에 힘입어 경기가 꾸준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수요 측 물가상승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상승률은 여전히 1%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같은 경기와 물가의 관계 약화 현상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축소 시기와 속도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윤 부총재는 "경기와 물가 간의 관계에 관한 정확한 이해는 통화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경제주체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경기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낮은 물가수준이 지속됨에 따라 통화정책 완화기조의 축소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용하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물가목표에 안착시키는 과제와 거시경제와 금융시스템 안정화를 도모하는 과제 사이에서 정책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의 저물가 원인에 대해서는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유휴생산력(economic slack)과 인플레이션의 관계가 약화되었다는 소위 필립스곡선 기울기의 평탄화(Phillips curve flattening) 현상"이라며 기업간 경쟁심화, 노동시장 구조변화, 물가안정기조 정착 등으로 임금과 가격 결정에 있어 경기상황을 반영하는 정도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부총재는 "최근의 경기와 물가간 관계 약화를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며 "경제내 유휴생산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경기의 물가에 대한 영향력이 일시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필립스곡선의 비선형성 주장과 경기와 물가 간의 파급시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거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이같은 점을 종합해 볼 때 인플레이션 동학의 변화 여부와 그 원인에 대해서는 향후 경기개선이 견조해지는 과정에서 수요압력의 증대 여부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을 면밀히 관찰해 가면서 심도 있는 후속 연구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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