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사비 금지'에 재건축조합 '뿔났다'···추진 일정 '올스톱'
[르포] '이사비 금지'에 재건축조합 '뿔났다'···추진 일정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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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2차.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 무기한 연기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강남에 산다고 해서 돈을 쌓아두고 사는 게 아니잖아요. 집을 팔아야 돈이 생기는데 집도 안 판 상태에서 이사비랑 이주비 지원이 없다면 이 근방 전셋집도 못 구합니다. 대의원들도 재건축 일정을 늦추자고 하는 상황이에요." (안형태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장)

정부가 '재건축 이사비·이주비 지원' 전면금지에 나서자 시공사 선정을 앞둔 재건축 단지에선 불편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금융지원 없이는 이사를 갈 수 없다는 조합원의 항의가 이어지는가 하면 서울 강남구 대치 쌍용2차는 절충안이 나올 때까지 재건축 일정을 무기한으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7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 쌍용2차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아파트 단지 모습이었다. 제법 풀린 날씨를 즐기며 몇몇 주민들은 단지 사이에 있는 작은 산책길을 걷기도 했고,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주민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이사비·이주비 금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마자 날선 목소리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거처를 옮겨야 하는데, 목돈을 갖고 있지 않은 조합원들은 당장 이사를 할 수 없을뿐더러 전세를 주고 있는 조합원도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형편이 안 된다는 얘기다.

단지 인근에 위치한 B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쌍용2차 주민 임 모씨(54)는 "다들 이사비·이주비 지원이 없으면 이사를 못 간다고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미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까지 받은 상황인데다 추가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건설사 보증이 안 되니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김 모씨(52)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를 막겠다는 것은 이해하는데, 조합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의욕만 앞선 조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처럼 분개하는 이유는 이주를 위한 자금줄이 모두 막혔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시공사 입찰시 이사비 지원을 제안할 수 없도록 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나친 이사비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지원, 금품·향응 제공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시공사 선정을 마친 뒤에는 조합이 정비사업비로 실비 수준의 이사비 지원만 가능하다. 서울시는 토지보상법 수준으로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인데, 이에 따르면 99㎡ 이상은 206만6570원, 66~99㎡와 49.6~66㎡는 각각 154만9930원, 129만1610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이번 개선안으로 재건축 조합의 대출도 녹록치 않아졌다. 앞으로는 시공사가 조합이나 조합원에게 재건축 이주비를 융자·보증하는 것도 금지된다.

▲ 대치 쌍용2차 단지 내 위치해 있는 재건축조합사무실. (사진=이진희 기자)

이 때문에 대치 쌍용2차는 일단 재건축 사업을 중단하겠고 나섰다.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감수하더라도 일정을 뒤로 미루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안형태 대치쌍용2차 재건축 조합장은 "지난 4일 대의원 회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주비가 해결이 안되면 이주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얘기가 나왔다"면서 "최고 206만원의 이사비를 지원해주겠다고는 하지만, 9억원 이상 전셋집을 구할 때 내는 복비만 24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조합장은 "오는 14일에 예정된 현장설명회와 시공사 선정까지는 그대로 진행하고, 그 이후 단계부터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재건축 조합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하고, 내달 말쯤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서도 '형평성'을 문제 삼은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날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단지 인근 S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주민 최 모씨(59)는 "8·2 대책과 시공사 선정 개선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다들 수천만원의 이사비를 받았는데, 갑자기 규정이 바뀌어버리니 당혹스럽다"며 "이사비는 그렇다쳐도 건설사의 신용보증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가 이대로 규제를 강화하면 대규모 집회까지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개선안에 이어 합동수사를 통해 재건축 비리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최근 시공사 선정을 마쳤거나 선정을 앞둔 주요 재건축 조합들을 대상으로 합동 점검에 나섰다.

신반포한신4지구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방배5구역 등이 그 대상이다. 서울시는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수사기관 고발과 함께 행정처분 등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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