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확정했다. 이로써 DGB금융은 은행과 보험, 증권, 자산운용을 거느린 종합급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목전에 두게 됐다. 다만 대주주 적격성심사라는 마지막 관문과 하이투자증권 노조 측의 반발에 따른 적잖은 진통은 넘어야 할 산이다.
◇DGB금융, 자산 70조 종합금융그룹 도약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은 지난 8일 이사회에서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확정한 뒤, 전날 현대미포조선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약 4500억원 수준으로,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3억4243만7628주)가 대상이다. 여기에는 하이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92.42%)과 현대선물(65.22%)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그룹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하이투자증권 매각 계획을 밝힌 후 1년 반 만에 매각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후 DGB금융이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통과하면 하이투자증권을 최종 인수하게 된다. 내년 3월30일로 인수가 마무리 되면 DGB금융의 총 자산규모는 70조원 수준까지 불어난다.
DGB금융은 이전부터 증권업 진출을 꿈꿔왔다. 오는 2020년까지 총자산 100조원·당기순이익 6000억원의 종합금융그룹 성장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에는 'AT커니'로부터 종합금융그룹 실현을 위한 컨설팅을 받고 중장기 경영계획 '비전2020'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LS자산운용을 인수한 DGB금융은 이번 하이투자증권까지 사들이면서 대구은행을 포함, △DGB생명보험 △DGB캐피탈 △DGB자산운용 △DGB유페이 △DGB신용정보 △DGB데이터시스템 등 총 1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다. 다만 DGB금융은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은 되팔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자산운용사인 DGB자산운용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DGB금융그룹은 증권업 진출을 통해 IPO(기업공개)와 회사채 발행, 인수주선 등 CIB(기업투자은행) 업무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그룹 계열사를 통한 증권 연계상품 판매와 서비스 강화 등 시너지 확대로 기존의 강점인 IB부문뿐만 아니라 리테일, PI(자기자본투자) 부문에도 경쟁력을 지닌 증권사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 번째로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 하이투자증권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에 있는 DGB금융지주와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하이투자증권 영업망을 활용해서 판매채널을 확장하고 금융지주가 할 수 있는 복합점포 설립 등으로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DGB금융에 속할 예정인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에 긍정 전망이 나온다.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지난 8일, 하이투자증권의 장기 등급을 '상향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다. 현재 하이투자증권의 장·단기 신용등급은 각각 'A'(안정적) 'A2+'다. DGB 금융지주 이사회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결정함에 따라 향후 외부로부터의 지원 가능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반영됐다.
◇ 대주주 적격성 논란…자회사 편입 승인 문제 '無'
DGB금융이 숙원 사업이었던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장밋빛 전망만 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다. 최종 인수까지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았기 때문이다.
우선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의 대주주 적격 논란이 암초로 거론된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현재 수십억 원의 비자금 조성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금융위원회에서 기관 경고 처분을 받을 수 있고, 이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이어져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인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상 자회사의 편입 승인 요건에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DGB금융지주가 재무상태나 경영관리상태 등 세부 요건을 대부분 충족할 것으로 보여 금융위원회가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이투자증권 노조의 거센 반발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조 측은 이번 계약이 당사자인 노조를 배제한 채 진행됐다며 원천 무료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아무리 프라이빗 딜(수의계약)이지만 당사자인 노조를 배제한 채 진행됐고, 어떠한 요구와 의견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현대중공업과 DGB금융지주, 하이투자증권 경영진의 즉각적인 답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인수 목적과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현대중공업과 DGB금융은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한다"며 "매각을 앞두고 어떠한 점포통폐합과 구조조정에 결사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이투자증권 사측은 올해 임단협 교섭에 적극 임할 것"을 요구했다.
박정현 하이투자증권 노조지부장은 "향후에도 노조는 사측에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할 방침"이라며 "그럼에도 계속해서 묵살된다면 매각 원천 무효 투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