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대우건설 인수 나선 까닭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대우건설 인수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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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진=호반건설)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 대우건설 내부 정보 확보? 등 의견 분분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이진희 기자]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호반건설이 또다시 화두에 올랐다. 그동안 인수 여부에 대해 언급 자체를 꺼리던 호반건설이 예비입찰제안서(LOI)를 제출하며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해외기업 품에 안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긴 하지만 호반건설의 제안서 제출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충분하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마감된 대우건설 매각 예비입찰에 국내외 10개의 기업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미국 투자회사인 TRAC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에너지업체 페트로나스, 중국국영건축총공사(CSCC) 등이 참여했다. 국내 업체로는 호반건설이 유일하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호반건설이 정말 대우건설을 인수할 의지가 있는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주택시장에서 이미 단단히 자리 잡은 대우건설을 인수해 사업 확장을 본격화할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한편에선 인수·합병(M&A) 경험치를 쌓기 위한 연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 성공 시 종합건설사 도약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호반건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종합건설사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내 건설사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우건설과 힘을 합치면 주택사업뿐만 아니라 플랜트, 발전 부문, 더 나아가 해외건설 시장 진출도 기대해볼 수 있다.

호반건설의 숙원사업이었던 서울 강남권 진출도 가능하다. 호반건설은 2015년에 서울시 송파구에서 호반베르디움 아파트를 분양한 것 이외에는 강남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푸르지오', '써밋'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가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강남권에서 입지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호반건설은 단숨에 시공능력평가 3위의 건설사로 도약함과 동시에 '전국구 건설사'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또 주택사업에 집중돼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도 가능하다.

다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욱이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책으로 건설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몸집이 큰 대형사 인수는 자칫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복병이다.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사관학교로 불리고 있는 만큼 직원들의 자부심도 강하다. 때문에 과거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됐을 때도 금호아시아나 직원들과 서로 융화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우건설 직원 중 일부는 "호반건설에 소속되느니 차라리 해외 업체가 인수하면 좋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1인 평균 급여액은 7400만원이다. 호반건설의 경우 공시되지 않아 정확한 급여를 확인하기 힘들지만 잡플래닛 등 채용포털에 따르면 평균 46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례도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통합에 성공했지만,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복리후생제도와 보수 등 근로조건에서 차이가 나며 통합 이후에도 장기간 갈등이 이어진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의 사례처럼 임금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면서 "게다가 대우건설 내부에선 국내기업보다 향후 해외진출을 거들어줄 수 있는 외국기업에 인수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본입찰 완주 여부는 '불투명'

사실 호반건설이 본입찰까지 완주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과거 호반건설은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SK증권 등 다양한 매물들이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예비입찰 등에는 참여해왔지만 정작 본입찰에서는 발을 뺐다. 실제로 인수한 사례는 울트라건설 정도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호반건설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1316억원이다. 울트라건설의 경우 200억원 수준이라 재무적으로도 부담이 덜했지만 매각가가 2조원 이상으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서는 1조원가량의 자금을 차입하거나 다른 기업 등과 컨소시엄을 맺어야 한다. 이럴 경우 향후 주택경기가 하락할 경우 호반건설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사업부분이 상당부분 겹치는 만큼 인수로 낼 수 있는 시너지도 크지 않다. 현재 호반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주택부문에 집중돼 있다. 2011년 이후 연간 1만 세대의 주택을 공급하면서 시공능력평가액 순위는 2011년 49위에서 올해 13위로 급등했다.

대우건설의 경우 7년 연속 국내 건설업계 공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전국에 2만7312가구를 공급하며 아파트 공급 1위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에 주택부문의 매출 비중은 2013년 23.76%에서 지난해 31.85%까지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36.13%까지 치솟았다. 반면, 대우건설의 강점인 해외시장은 최근 눈에 띄게 축소되며 매력이 다소 떨어졌다. 실제로 올해 3분기 해외 신규수주는 지난해 3분기 1조4937억원에서 올해 3분기는 2415억원으로 1조2522억원(83.8%) 쪼그라졌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입찰에 참여한 이유가 실사 기회를 부여받아 내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예비입찰에서도 호반건설은 인수대금을 1조4000억원가량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산업은행이 매각하는 대우건설의 지분 50.75%의 시장가격인 1조3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지 않았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몸값이 1조원대 중반으로 결정된다면 호반건설도 인수를 끝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지만 산업은행이 그렇게까지 몸값을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때문에 호반건설은 실사를 통해 내부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본입찰까지만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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